거울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21 시필사. 219일 차] 거울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래, 나는 그 벽을 기억한다, 우리의 몰락한 도시에 세워져 있던 그것은 거의 6층 높이까지 솟아 있었고, 4층에는 거울이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거울이었다,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고, 너무도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었기에. 더 이상 그 누구의 얼굴도 비추지 않았고, 머리를 매만지는 그 어떤 손도, 맞은편에 있는 그 어떤 문도, '장소'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공간도 투영하지 않았지만. 마치 어디론가 휴가를 떠나온 듯했다― 살아 있는 하늘이 거울을 응시했다, 야생의 공기 속을 유영하는 부산한 구름과, 반짝이는 빗줄기에 젖은 폐허의 먼지와, 비상하는 새들과, 별들과, 해돋이도. 잘 만들어진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 거울은 완벽하게 제 임무를 수..
2021.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