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215일 차]
밤중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 페르난두 페소아
밤중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듣는다
느껴진다 공기 중에, 높이서, 회초리 소리
나는 무엇인지 누구인지 모른다
모든 것이 들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 모든 것이 상징이고 유추이다.
이 차가운 밤에 부는 바람.
그것들은 밤과 바람이 아닌 다른 것들―
인생과 생각의 그림자들.
우리는 안 하는 얘기를 우리에게 전부 이야기한다.
밤과 바람이 해주는 극적인 이야기 중에
어떤 걸 생각하느라 망쳤는지 나도 모른다.
난 들었다. 생각하느랴, 듣는 데 실패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소리며 닮아 있다.
바람이 멈추고, 어느새 밤은 가고,
날이 새고, 나는 익명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일어났던 일은 전혀 이런 게 아니었다.
19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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