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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285

청춘 - 사무엘 울만 [2021 시필사. 213일 차] 청춘 -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 2021. 8. 1.
연륜 - 김기림 [2021 시필사. 212일 차] 연륜(年輪) - 김기림 무너지는 꽃이파리처럼 휘날려 발 아래 깔리는 서른 나문 해야 구름같이 피려던 뜻은 날로 굳어 한 금 두 금 곱다랗게 감기는 연륜(年輪) 갈매기처럼 꼬리 덜며 산호(珊瑚) 핀 바다 바다에 나려앉은 섬으로 가자 비췻빛 하늘 아래 피는 꽃은 맑기도 하리라 무너질 적에는 눈빛 파도에 적시우리 초라한 경력을 육지에 막은 다음 주름 잡히는 연륜(年輪)마저 끊어 버리고 나도 또한 불꽃처럼 열렬히 살리라 #연륜 #김기림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
가을편지 - 이성선 [2021 시필사. 211일 차] 가을편지 -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가을편지 #이성선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
희망 - 기형도 [2021 시필사. 210일 차] 희망 - 기형도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희망 #기형도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8. 1.
왕십리 - 김소월 [2021 시필사. 209일 차] 왕십리 -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이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왕십리 #김소월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
불안들 - 이용한 [2021 시필사. 208일 차] 불안들 - 이용한 웃는 표정을 걸어놓고 나는 울었다 심란한 구석에 손목을 내리고 문득 멸망한 유물론자처럼 앉아 있어요 저녁은 친절하고, 사월은 불길하니까 환하게 염불을 외며 교양 있게 슬퍼하는 거야 미쳐도 곱게 미치는 거지 들어오세요, 앉으세요 심장이라도 내어드릴까요 아니면 이 낡은 머리라도 이제 곧 첫눈이 내리겠지 꽃밭이 하얗게 얼어붙겠군 소년과 겨울이 뒤엉킨 뒤죽박죽의 계절들 붉은색 원숭이가 걸린 방에서 나는 삭제되었습니다, 라는 문장을 한번 더 삭제하고 보세요, 여기가 이미 바닥이에요 뛰어내릴 수도 없는 반지하 창문에 박힌 노란 달 달 하나에 한숨과 달 하나에 아버지 이 세상은 모든 아버지들이 망쳐놓았죠 요컨대 내가 아버지라는 게 가장 무서워요 아버지인 내가 시를 .. 2021. 8. 1.
월하정인 - 이은림 [2021 시필사. 207일 차] 월하정인月下情人 - 이은림 그때 하필, 달이 사라지고 있었지 사라지는 줄도 몰랐는데 달 따위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환한 사람이로구나, 했는데 어둠이 무엇인지 일러주려는 듯 그가 눈을 감았어 그보다 더 어두울 수는 없었지 그렇게 긴 찰나는 처음이었어 어쩌면, 바람이 불었어 달이 눈을 떴지 그가 먼저 눈을 떴던가 달이라 말하니 달이겠지 달이구나 말하니 달빛 흐르겠지 달빛에 대한 의심은 불순해 희미해지는 뒤태를 의심하는 것만큼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둥글고 환한 것 그날은 보름이었는데 내가 만진 것은 과연 누구였나 어디 한번 대답해봐, 손가락들아 둥글어지기 위해 사라지던 차가운 달 명심해, 온전한 것들은 위험하기 짝이 없지 #월하정인 #이은림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 2021. 8. 1.
읽어줘요, 제발 - 김상미 [2021 시필사. 206일 차] 읽어줘요, 제발 - 김상미 마르크스가 죽은 해 카프카는 태어났지만 카프카가 죽은 해 나는 태어나지 못했어요 입 밖에 내지 못할 어둠 속에 그냥 누워서 입 속에서 죽어버린 내 사랑만 탓하고 있었어요 마음 던질 시간도 없이 마음 모을 시간도 없이 날마다 마음에다 벼랑만 쌓았어요 노란 튤립처럼 머리를 꼭 닫고 있었어요 서로 뒤얽힌 운명처럼 뒤얽힌 머리로 뭘 하겠어요? 생에 침을 뱉고 그 속에 꼭꼭 숨어서 금방 구워낸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두 눈 속에 빠뜨린 태양만 쪼아대고 있었어요 아무리 나를 아끼려고 해도 무수히 발길질 해대는 내 자궁 안의 불온한 버릇 ― 계속해서 읽어줘요, 제발 타버린 그대 마음 속 지독한 탄내 같은 시집詩集! #읽어줘요제발 #김상미 #시필사 #닙펜 #딥.. 2021. 8. 1.
점령 - 이훤 [2021 시필사. 205일 차] 점령 - 이훤 미소 하나로 너는 내 맘을 군림했다 매번 달가운 점령이었다 일생을 패하기로 한다 #점령 #이훤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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