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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285

사랑 그 가장 어두운 것 1 - 엘사 끄로스 [2021 시필사. 240일 차] 사랑 그 가장 어두운 것 1 - 엘사 끄로스 여기 나는 너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이 맑고 맑은 벽들 속에서, 우기여서 덥기만 한 이 도시에서. (너는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너를 생각하고 있는 이 늦은 봄에 이 모든 걸 다 모르고 넌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너는 결국 잡을 수 없는 슬픈 존재임을 나는 알게 된다. 무슨 발로 네가 이 땅에 오게 되었는지 말해다오, 어떻게 깨달은 자의 은총과 그 겸손의 미덕을 포기하게 되었는지; 그때부터 어떤 체벌이 너를 못살게 했는지 어떻게 너의 얼굴을 후려쳤는지 그리고 너의 목소리에 분노와 그리움을 퍼붓게 되었는지. 말해다오, 너는 어떻게 그렇게 당하고만 살게 되었는지. 어떤 길을 버리고 와 한순간의 깨달음을 얻게 되는지. 어떤 형벌이.. 2021. 8. 31.
죽은 구름 - 기형도 [2021 시필사. 239일 차] 죽은 구름 - 기형도 구름으로 가득 찬 더러운 창문 밑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다, 마룻바닥 위에 그의 손은 장난감처럼 뒤집혀져 있다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온 것처럼 비닐백의 입구같이 입을 벌린 저 죽음 감정이 없는 저 몇 가지 음식들도 마지막까지 사내의 혀를 괴롭혔을 것이다 이제는 힘과 털이 빠진 개 한 마리가 접시를 노린다 죽은 사내가 살았을 때, 나는 그를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그를 사람들은 미치광이 라고 했다, 술과 침이 가득 묻은 저 엎어진 망토를 향해, 백동전을 던진 적도 있다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신만이 홀로 즐겼을 생각 끝끝내 들키지 않았을 은밀한 성욕과 슬픔 어느 한때 분명 쓸모가 있었을 저 어깨의 근육 그러나 우울하고 추악한 맨발 따위는 동정심 .. 2021. 8. 27.
얼음의 빛―겨울 판화 - 기형도 [2021 시필사. 238일 차] 얼음의 빛―겨울 판화版畵 - 기형도 겨울 풀장 밑바닥에 피난민避難民처럼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어요? 오늘도 순은純銀으로 잘린 햇빛의 무수한 손목들은 어디로 가요? #얼음의빛 #겨울판화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6.
고독의 깊이 - 기형도 [2021 시필사. 237일 차] 고독의 깊이 - 기형도 한차례 장마가 지났다. 푹푹 파인 가슴을 내리쓸며 구름 자욱한 강을 걷는다. 바람은 내 외로움만큼의 중량으로 폐부 깊숙한 끝을 부딪는다 상처가 푸르게 부었을때 바라보는 강은 더욱 깊어지는 법 그 깊은 강을 따라 내 식사를 가만히 띄운다. 그 아픔은 잠길 듯 잠길 듯 한 장 파도로 흘러가고...... 아아, 운무 가득한 가슴이여 내 고통의 비는 어느 날 그칠 것인가. #고독의깊이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5.
아침 - 자크 프레베르 [2021 시필사. 236일 차] 아침 - 자크 프레베르 수탉이 홰치는 소리 밤의 백조가 내는 마지막 울음소리 단조롭고 진절머리나는 메시지가 내게 소리쳐온다 오늘 또 다시 그 모든 게 시작되는구나 오늘 여전히 오늘도 내게는 네 다정한 노래가 들리질 않는다 나는 짐짓 못 듣는 체 네 외침을 듣지 않는다 그렇지만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운좋게도 잠에서 깨어나 그 둥근 태양을 떨어뜨리지 내 밤의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꿈으로 말이지. #아침 #자크프레베르 #쟈끄프레베르 #JacquesPrevert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5.
믿음의 편지 - 옥타비오 파스 [2021 시필사. 235일 차] 믿음의 편지 - 옥타비오 파스 사랑한다는 것은 죽는 것이고 다시 사는 것이고 다시 죽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생명력이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죽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인들, 헤아릴 수 없이 아주 작은 이들과 커다란 전체와의 화해다. 태초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믿음의편지 #옥타비오파스 #옥따비오빠스 #OctavioPaz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3.
꽃 - 기형도 [2021 시필사. 234일 차] 꽃 - 기형도 내 영혼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정원庭園에서 그대의 온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꽃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2.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2021 시필사. 233일 차]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낙하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2021. 8. 22.
산길 2 - 이성복 [2021 시필사. 232일 차] 산길 2 - 이성복 한 사람 지나가기 빠듯한 산길에 아카시아 우거져 드문드문 햇빛이 비쳤습니다 길은 완전히 막힌 듯했습니다 이러다간 길을 잃고 말 거라는 생각에, 멈칫멈칫 막힌 숲속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떨면서, 가슴 조이며 우리는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었지요 #산길2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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