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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190

가을의 소네트 - 샤를 보들레르 [2020 시필사. 145일 차] 가을의 소네트 - 샤를 보들레르 수정처럼 맑은 그대 눈이 내게 말하네, "오묘한 내 사랑, 내겐 어떤 매력이 있나요?" ― 예쁘니까 잠자코 있어요! 내 마음 지금 마구 요동친다오, 태곳적 짐승 같은 순진함만 빼고. 사악한 내 비밀 그대에겐 감추고 싶다오, 불꽃으로 쓰여진 암흑의 전설이라도 내겐 긴 잠에 빠뜨리는 자장가일 뿐. 난 열정도 싫고, 그런 마음조차 괴롭다오! 우린 조용히 사랑해야 한다오, 망보던 사랑의 신이 몰래 숨어서 운명의 활을 당길테니. 그 오래된 무기고의 불화살 맛을 잘 안다오. 죄악, 공포 그리고 광기! ― 오 창백한 데이지 꽃이여! 그대 역시 나처럼 한낱 가을 햇볕이 아니던가? 오 참으로 새하얀, 오 참으로 차가운 나의 데이지 꽃이여! #가을의소네트 .. 2021. 1. 14.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2020 시필사. 144일 차] 아름다운 사람 -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 볼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아름다운사람 #나태주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4.
어떤 봉인 - 정한아 [2020 시필사. 143일 차] 어떤 봉인 - 정한아 그때 너는 눈꺼풀을 닫았지 그러자 세계 전체가 일순 물러났다 드러나지 않기 위해 너는 하루 섭취 열량의 대부분을 존재하는 데에 쓰고 있구나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줄곧 상처 입고 있어서 그 모든 빛과 바람을 복기하거나 묽고 진한 그림자의 엄습을 잊으려 하지만 망각은 언제나 무엇에 대한 망각 충분히 안전한 기분에 도달할 때까지 꼼짝 않고 선 채 눈을 감고 도망 중 도망은 언제나 무엇으로부터의 도망 너는 꿈속에서도 계속 도망하고 있지 않을 수 없었지 미모사. 건드려진 속눈썹처럼 바람만 불어도 곧 울 것 같은 미모사. 가장 다정한 햇살의 가벼운 입맞춤에도 혼절하는 미모사. 봉인의 속도가 존재를 대체해버린 미모사. 모든 감각이 통각인 미모사. 말할 수 없.. 2021. 1. 14.
화성의 공전 - 하재연 [2020 시필사. 142일 차] 화성의 공전 - 하재연 암뿌우르에 봉투를 씌워서 그 감소된 빛은 어디로 갔는가 – 이상, 「지도의 암실」 지구에서 지낸 밤이 깊어갈수록 나는 점점 더 부족해진다. 더 많은 나의 숨이 필요하다. 뒤집어져 불길로 타오르는 것 망가진 고요를 통해서만 나는 너를 조금 이해한다. 오래전의 미래를 향해 침식되는 대기 두 개의 영혼 사이에서 부서지는 인간의 마음 인간의 죽음과는 연관하지 않고 아름다운 푸른 불꽃의 석양 쪽으로 가산되는 꿈의 시간들 이제 나는 화성의 고리가 되어가고 발생하는 희미한 빛 #화성의공전 #하재연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4.
베르트의 눈 - 샤를 보들레르 [2020 시필사. 141일 차] 베르트의 눈 - 샤를 보들레르 그 아무리 아름난 눈도 그대 눈엔 못 미치리, 내 사랑의 아름다운 눈에선 밤처럼 감미롭고 선한 정제된 그 무엇이 넘친다네! 아름다운 눈이여, 그 매혹의 어두움을 내게도 뿌려다오! 내 사랑의 커다란 눈은 고귀한 비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망령들의 무리 뒤로 이름 모를 보물들이 어렴풋이 반짝이는 저 마술 동굴과 너무 닮았네! 내 사랑의 눈은 어둡고 깊고 그리고 드넓지. 그대처럼 광대한 밤, 그대처럼 밝혀진 불! 불꽃들은 믿음 깃든 사랑의 생각들, 쾌락과 순결, 저 깊은 바탕에서 빛나는구나. #베르트의눈 #샤를보들레르 #CharlesBaudelaire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 2021. 1. 14.
거울 - 이성복 [2020 시필사. 140일 차] 거울 - 이성복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죽음 속에 우리는 허리까지 잠겨 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두렵기 만 합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이 길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이 나의 길을 숨기고 있습니까 내가 당신의 길을 가로막았습니까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 로 가득차 있습니다 거울처럼 당신은 나를 보고 계십니다 #거울 #이성복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바래다줄게 - 박진이 [2020 시필사. 139일 차] 바래다줄게 - 박진이 바래다줄게, 꽃 피는 근처까지 막 햇빛이 다녀간 벤치에 앉아 지루한 발밑에서 절걱거리는 돌멩이 소리를 듣곤 했지 문득 새들이 날아들었다 흩어지고 갓 쌓인 눈에 발이 잠기는 순간까지만 바래다줘 말을 걸지 않았다면 이곳까지 올 일도 없었을 거야 어디? 오래된 질문이 마음에 들어 이따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새들이 꽃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여기 어디였는데 꽃나무 성긴 가지 틈으로 내 나이가 비치던 바래다줄게, 긴긴 봄 눈가 붉어지는 그곳까지만 #바래다줄게 #박진이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여행으로의 초대 - 샤를 보들레르 [2020 시필사. 138일 차] 여행으로의 초대 - 샤를 보들레르 (옮긴이 김인환) 내 소중한, 내 사랑아, 꿈꾸어보아요. 그 곳에서 함께 사는 달콤함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죽는 날까지 또 사랑할 테요, 그대 닮은 그곳에서! 흐린 하늘의 촉촉한 태양이 내 마음 매혹시키네, 못 믿을 만큼 신비로운 그대 눈동자에 스치듯 반짝이는 눈물로.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세월의 광택으로 빛나는 가구들로 우리 침실을 장식하리라. 진귀한 꽃들 그 향기와 어우러지는 은은한 호박향 호화로운 천장 깊숙한 거울 동방의 찬란함 그 모든 것이 들려주리라. 내 영혼에 은밀하게 정겨운 그대의 고향 언어를.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저 운하 위에 잠든 배들을 보아요... 2021. 1. 13.
삶이란 아름다움인가 슬픔인가 - 이기철 [2020 시필사. 137일 차] 삶이란 아름다움인가 슬픔인가 - 이기철 길을 걸으면 무수한 어제들이 내 등 뒤에 쌓인다. 오늘 한 달치의 녹말과 한 주일치의 칼슘을 사 두고 겨울 곳간을 둘러보며 익어 가는 포도주를 돌아보면 즐거우리라 염소들은 추운 겨울 우리를 걱정하면서 남은 반 단의 풀잎을 다 먹어 둔다. 지금 들을 씻는 물소리는 아름답고 생애에 한 번 오는 늦은 각성으로도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따뜻하다. 내가 걷는 습관의 길 위에는 떨어지는 먼지인 듯 시간이 쌓이고 내 입은 면 내복은 몇 올의 실밥들이 드러난다. 오늘 12월호 잡지가 문간에 배달된다. 팔십사년 12월호를 내 생애에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나는 화약 냄새와 선전 포고의 몇 구절도 사랑해야 하리라 의류 공장에는 오늘 밤 내가 ..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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