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38일 차]
여행으로의 초대 - 샤를 보들레르 (옮긴이 김인환)
내 소중한, 내 사랑아,
꿈꾸어보아요.
그 곳에서 함께 사는 달콤함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죽는 날까지 또 사랑할 테요,
그대 닮은 그곳에서!
흐린 하늘의
촉촉한 태양이
내 마음 매혹시키네,
못 믿을 만큼
신비로운 그대 눈동자에
스치듯 반짝이는 눈물로.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세월의 광택으로
빛나는 가구들로
우리 침실을 장식하리라.
진귀한 꽃들
그 향기와 어우러지는
은은한 호박향
호화로운 천장
깊숙한 거울
동방의 찬란함
그 모든 것이 들려주리라.
내 영혼에 은밀하게
정겨운 그대의 고향 언어를.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저 운하 위에
잠든 배들을 보아요.
방랑벽에 젖은 채로
그대 소망 아주 작은 것까지
채워주려
세상 끝에서 왔답니다.
― 저무는 저 태양이
물들이고 있어요, 저 벌판과
운하와 도시 곳곳을,
보라빛과 금빛으로.
이제 세상은 잠들 거예요,
따뜻한 햇빛 속에서.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여행에의 초대 L’INVITATION AU VOYAGE (옮긴이 황현산)
내 아이야, 내 누이야,
거기 가서 같이 사는
그 즐거움을 이제 꿈꾸어라!
느긋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고지고,
그리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
그 흐린 하늘의
젖은 태양은
내 정신을 호리기에도 알맞게
눈물 너머로 빛나는
네 종잡을 수 없는 눈의
그 신비하고 신비한 매력을 지녔단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연륜에 닦여,
윤나는 가구들이
우리들의 방을 장식하고,
가장 진귀한 꽃들이
저들의 향기를
은은한 용연향에 뒤섞고,
호화로운 천장,
그윽한 거울,
동양의 찬란한 광채가 모두
거기에선 속삭이리라,
마음에게 은밀하게,
감미로운 저의 본디 말을.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보라, 저 운하에서
잠자는 배들을,
그들의 기질이야 떠도는 나그네,
세상의 끝에서
그들이 오는 것은
네 자잘한 소망까지 채워 주기 위해서지.
- 저무는 태양이
보랏빛, 금빛으로
들판을 덮고, 운하를 덮고,
온 도시를 덮고,
세상은 잠든다,
따사로운 노을빛 속에서.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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