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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

바래다줄게 - 박진이

by 박지은(MyMars) 2021. 1. 13.

[2020 시필사. 139일 차]

바래다줄게 - 박진이

 

바래다줄게, 꽃 피는 근처까지

 

막 햇빛이 다녀간 벤치에 앉아

지루한 발밑에서 절걱거리는

돌멩이 소리를 듣곤 했지

문득 새들이 날아들었다 흩어지고

 

갓 쌓인 눈에 발이 잠기는 순간까지만

바래다줘

말을 걸지 않았다면

이곳까지 올 일도 없었을 거야

 

어디?

오래된 질문이 마음에 들어

 

이따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새들이 꽃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여기 어디였는데

꽃나무 성긴 가지 틈으로

내 나이가 비치던

 

바래다줄게, 긴긴 봄

눈가 붉어지는 그곳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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