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37일 차]
삶이란 아름다움인가 슬픔인가 - 이기철
길을 걸으면 무수한 어제들이 내 등 뒤에 쌓인다.
오늘 한 달치의 녹말과 한 주일치의 칼슘을 사 두고 겨울 곳간을 둘러보며 익어 가는 포도주를 돌아보면 즐거우리라
염소들은 추운 겨울 우리를 걱정하면서 남은 반 단의 풀잎을 다 먹어 둔다.
지금 들을 씻는 물소리는 아름답고 생애에 한 번 오는 늦은 각성으로도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따뜻하다.
내가 걷는 습관의 길 위에는 떨어지는 먼지인 듯 시간이 쌓이고
내 입은 면 내복은 몇 올의 실밥들이 드러난다.
오늘 12월호 잡지가 문간에 배달된다. 팔십사년 12월호를 내 생애에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나는 화약 냄새와 선전 포고의 몇 구절도 사랑해야 하리라
의류 공장에는 오늘 밤 내가 입어 보지 못한 잠옷들이 쌓일 것이고
아직 들지 못한 잠들은 담요 위에 쌓일 것이다.
우리들 등 뒤에서 강물 소리는 영원히 강물 소리로 남을 것이고
은종이는 은종이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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