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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190

생의 노래 - 이기철 [2020 시필사. 163일 차] 생의 노래 - 이기철 움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흙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경건해진다 삭은 처마 아래 내일 시집 갈 처녀가 신부의 꿈을 꾸고 녹슨 대문 안에 햇빛처럼 밝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의 이름과 함께 생애를 살고 풀잎의 이름으로 시를 쓴다 세상의 것 다 녹슬었다고 핍박하는 것 아직 이르다 어느 산기슭엔 샘물이 솟고 들판 가운데 풀꽃이 씨를 익힌다 절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지레 절망을 노래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꽃잎 하나씩은 지니고 산다 근심이 비단이 되는 하루, 상처가 보석이 되는 한 해를 노래 할 수 있다면 햇살의 은실 풀어 내 아는 사람들에게 금박 입혀 보내고 싶다 내 열 줄 시가 아니면 무슨 말로 손수건 만한 생애가 소중함을 노래하.. 2021. 1. 22.
熱河를 향하여 2 - 이기철 [2020 시필사. 162일 차] #熱河를향하여2 #열하를향하여 #이기철 #청산행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熱河를 향하여 1 - 이기철 [2020 시필사. 161일 차] 熱河를 향하여 1 - 이기철 趾源은 하룻밤에 아홉의 강을 건너 거친 모래 땅 열하에 도달했다지만 나는 아홉 밤을 불면으로 지새워도 한 개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마음 덮으면 없는 강이 마음 밝히면 열의 강으로 소리를 높인다 숱 많은 머리카락 날리며 바람은 어디로 불어 가는가 메마른 계절일수록 마음은 불타 올라 쓰라린 시대에는 쓰라린 정신만 남는다 참말 뜨겁게 살아 보리라 마음 다지면 맨살의 모래는 끓어오르지만 다가서면 열하는 마음 밖 백리에 피안으로 누워 있다 아직도 멀었느냐, 아픈 발 내리고 내 몸 잠시 쉬일 곳은, 내 발 디뎌 참새 발자국만한 흔적 남길 수 없는 땅 위에 낙타의 발을 이끌고 오늘도 고삐를 죄는 세월이여 어제 상수리나무 아래 쉬던 사람들 오늘은 꿈이 어지.. 2021. 1. 22.
멱라의 길 2 - 이기철 [2020 시필사. 160일 차] 멱라의 길 2 - 이기철 멱라의 길을 찾아 헤맨 삼백의 밤이 나의 채찍이 된다 멱라는 삼천년 전 楚에 있지 않고 돌팔매도 닿지 않는 내 마음 허공에 강물로 남아 있다 걸어도 걸어도 먼지 쌓인 길 금강 지나면 낙동강 상류 남쪽으로 처마 기울인 우리나라 집들 상수리 잎이 빼앗아 간 아침 햇살을 푸른 들길이 내게 돌려주지 않는다 어느 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千山 너머 내 지친 몸의 침실을 마련하지 않아 自轉의 낮과 밤이 상추잎 같은 소년을 늙게 한다 아이의 얼굴을 한 초록이 이슬 속에 내 얼굴을 담아두는 오전은 아름답다 내 구두와 모직 옷들은 못과 나사로 조립한 도시처럼 낡고 헐어 머리카락 하나 바람에 불려 날아간 영원의 끝으로 내 몸을 옮겨놓지 못한다 수저로 퍼올리는 슬.. 2021. 1. 17.
멱라의 길 1 - 이기철 [2020 시필사. 159일 차] 멱라의 길 1 - 이기철 걸어가면 지상의 어디에 멱라가 흐르고 있을 것인데 나는 갈 수 없네, 산 첩첩 물 중중 사람이 수자리 보고 짐승의 눈빛 번개 쳐 갈 수 없네 구강 장강 물 굽이치나 아직 언덕 무너뜨리지 않고 낙타를 탄 상인들은 욕망만큼 수심도 깊어 이 물가에 사금파리 같은 꿈을 묻었다 어디서 이소(離騷) 한 가닥 바람에 불려 오면 내 지상에서 얻은 병(病) 모두 쓸어 저 강물에 띄우겠네 발목이 시도록 걸어가는 나날은 차라리 삶의 보석을 갈무리한다고 상강으로 드는 물들이 뒤를 돌아보며 주절대지만 문득 신발에 묻은 흙을 보며 멱라의 길이 꿈 밖에 있음을 깨닫고 혼자 피었다 지는 꽃 한 송이에 눈 닿는 것도 이승의 인연이라 생각한다 일생이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사람은 .. 2021. 1. 17.
정신의 열대 - 이기철 [2020 시필사. 158일 차] 정신의 열대 - 이기철 내 정신의 열대, 멱라를 건너가면 거기 슬플 것 다 슬퍼해 본 사람들이 고통을 씻어 햇볕에 널어두고 쌀 씻어 밥 짓는 마을 있으리 더러 초록을 입에 넣으며 초록만큼 푸르러지는 사람들 살고 있으리 그들이 봄 강물처럼 싱싱하게 묻는 안부 내 들을 수 있으리 오늘 아침 배춧잎처럼 빛나던 청의(靑衣)를 물고 날아간 새들이여 네가 부리로 물고 가 짓는 삭정이 집 아니라도 사람이 사는 집들 남(南)으로만 흘러내리는 추녀들이 지붕 끝에 놀을 받아 따뜻하고 오래 아픈 사람들이 병을 이기고 일어나는 아이 울음처럼 신선한 뜨락 있으리 저녁의 고전적인 옷을 벗기고 처녀의 발등 같은 흰 물결 위에 살아서 깊어지는 노래 한 구절 보탤 수 있으리 오래 고통을 잠재우던 이불.. 2021. 1. 17.
나의 시 - 레너드 코헨 [2020 시필사. 157일 차] 나의 시 - 레너드 코헨 이것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시 나는 그 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시인 모든게 엉망이었을 때도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약물에 의존하려고도 가르침을 얻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잠을 자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시를 쓰는 법을 배웠다 바로 오늘 같은 밤 바로 나 같은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를 이런 시를 위해 #나의시 #레너드코헨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7.
힘과 용기의 차이 - 데이비드 그리피스 [2020 시필사. 156일 차] 힘과 용기의 차이 - 데이비드 그리피스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서기 위해서는 힘이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 2021. 1. 17.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2020 시필사. 155일 차]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비오는날에 #나희덕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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