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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285

유령들의 물놀이처럼 - 신용목 [2021 시필사. 114일 차] 유령들의 물놀이처럼 - 신용목 밤은 먼 하구에서부터 대지의 강물을 달빛의 바늘로 가늘게 뜨고 있다 유령들의 물놀이처럼 바람 자자 왜 생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잘 보이는가 자자 생각의 입이 터져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 간판이 꺼진다 #유령들의물놀이처럼 #신용목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24.
목소리 - 홍영철 [2021 시필사. 113일 차] 목소리 - 홍영철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 마음이 놓인다.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 가슴이 즐겁다. 우리를 살고 싶게 하는 그 목소리여, 너는 어디 있느냐. #목소리 #홍영철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23.
장미 - 노자영 [2021 시필사. 112일 차] 장미 - 노자영 장미가 곱다고 꺾어보니까 꽃 포기마다 가시입니다 사랑이 좋다고 따라가보니까 그 사랑 속에는 눈물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은 모든 사람은 가시의 장미를 꺾지 못해서 그 눈물의 사랑을 얻지 못해서 섧다고 섧다고 부르는군요 #장미 #노자영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22.
입석(立石) - 문태준 [2021 시필사. 111일 차] 입석(立石) - 문태준 그이의 뜰에는 돌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 돌을 한참 마주하곤 했다 돌에는 아무 것도 새긴 게 없었다 돌은 투박하고 늙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나는 그 돌에 매번 설레었다 아침햇살이 새소리와 함께 들어설 때나 바람이 꽃가루와 함께 불어올 때에 돌 위에 표정이 가만하게 생겨나고 신비로운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그리하여 푸른 모과가 열린 오늘 저녁에는 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무슨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 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입석 #문태준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21.
수색역 - 이병률 [2021 시필사. 110일 차] 수색역 - 이병률 복잡한 곳일수록 들어갈 때 구조를 외우면서 나올 때를 염두에 둡니다 재채기를 할 때 얼른 양손이 나서는 것처럼 모든 순서가 되었습니다, 당신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당신이 산다고 했습니다 그 역의 막차 시간 앞에서 서성거리다 추운 그 역 광장에 눈사람 만들어 놓고 왔습니다 #수색역 #이병률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20.
계절감 - 오은 [2021 시필사. 109일 차] 계절감 - 오은 귀퉁이가 좋았다 기대고 있으면 기다리는 자가 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가 물러갔다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아 주머니를 더듬었다 개가 한 마리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개 개도 나를 처음 봤을 것이다 내가 개를 스쳤다 개가 나를 훑었다 낯이 익고 있다 냄새가 익고 있다 가을은 정작 설익었는데 가슴에 영근 것이 있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았다 땀이 흐르는데도 개는 가죽을 벗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 땀이 흐르는데도 나는 외투를 벗지 않고 있었다 어찌하지 않은 일 우리는 아직 껍질 안에 있다 뭔가 잡히는 것이 있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꼬깃꼬깃 접힌 영수증을 펴보니 다행히 여름이었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계절감 .. 2021. 4. 19.
내 마을의 종소리 - 페르난두 페소아 [2021 시필사. 108일 차] 내 마을의 종소리 - 페르난두 페소아 내 마을의 종소리, 평온한 오후에 애처로이, 네가 내는 종소리마다 내 영혼 안에 울린다. 네 소리는 어찌나 느린지, 인생의 슬픔처럼, 처음 칠 때부터 이미 반복되는 소리를 내지. 아무리 가까이서 날 울려도, 내가 항상 방황하며, 지나칠 때마다 너는 내게 하나의 꿈처럼, 먼 영혼에서 들린다. 네가 치는 소리마다, 열린 하늘에서 떨리고, 과거는 더 멀리 물러나고, 그리움은 더 가까이 다가온다. - 1911년 4월 8일 #내마을의종소리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18.
마당이 있는 집 - 백무산 [2021 시필사. 107일 차] 마당이 있는 집 - 백무산 마당이 있는 집에 들어서면서 저녁이 왔네,라고 나는 말했다 다른 때 같으면 다른 곳 같으면 해가 저물었구나,라고 말했을 것이다 저녁은 쓰러지는 한때가 아니라 서서히 물들어 저녁이 태어나고 저녁이 어둠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낙화는 거두어들임의 한때가 아니라 낙화라는 특이의 피어남이 있는 것을 보았다 많은 것을 내려놓아 환해지는 한때를 놓아둘 곳이 마당 같은 곳일까 문밖이 곧장 길이래서야 마음 밖이 곧장 타인이래서야 가난이 절벽이 되어서야 어스름이 담길 곳이 없네 마음 밖에 가난한 마당 하나 있어야겠다 그곳에서 어스름이 완성되면 어둠으로만 가야 하는 건 아니지 봄꽃들 지고 여름을 맞이하듯이 한낮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어스름의 .. 2021. 4. 17.
느린 이별 - 이사라 [2021 시필사. 106일 차] 느린 이별 - 이사라 또 한없이 느리게 햇살이 복도에 머문다 시간은 사라진 지 오래고 복도의 어디에도 복도의 그림자는 없다 기다랗고 물기 없는 바게트를 손에 쥐고 느리게 빵을 뜯으며 게처럼 복도를 걷는다 햇살이 펼쳐놓은 복도 속으로 빵과 함께 들어가서 복도를 품으면 사라진 시간이 돌아올까? 해 질 무렵부터 집은 저 복도의 끝 어딘가에서 혼자 부풀겠지 병원은 저 복도 끝 어딘가에서 혼자 부풀겠지 복도도 그렇게 또 햇살을 건너가겠지 햇살이 주무르던 모든 것들 멈추고 세상은 밤새 발효가 시작되고 사랑해서 하루라도 못 보면 안 될 것같이 마치 그렇게 하다보면 정말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느리게 정말 느리게 사랑이란 말 정말 느리게 안녕히 가라는 말 정말 느리게 시간이 사라진 복도.. 2021.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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