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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285

미공개 연시 2 - 기형도 [2021 시필사. 123일 차] 미공개 연시 2 - 기형도 당신에게 오늘 이 쓸쓸한 밤 나지막하게 노크할 사람이 있읍니까 하늘 언저리마다 낮게 낮게 눈이 꽂히고 당신의 찻잔은 이미 어둠으로 차갑게 식어 있읍니다 그대여, 옷은 입으십시오 그리고 조용히 통나무 문을 여십시오 나는 그대에게 최초로 아름다운 한 점 눈(雪)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미공개연시2 #기형도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5. 3.
미공개 연시 - 기형도 [2021 시필사. 122일 차] 미공개 연시 - 기형도 당신의 두 눈에 나지막한 등불이 켜지는 밤이면 그대여, 그것을 그리움이라 부르십시오 당신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람입니까, 눈(雪)입니까 아, 어쩌면 당신은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손을 내미십시오 저는 언제나 당신 배경에 손을 뻗치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읍니다 #미공개연시 #기형도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5. 3.
은는이가 - 정끝별 [2021 시필사. 121일 차] 은는이가 - 정끝별 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불러세우듯 구름이나 바람에게도 그러하고 산‘이’ 하면서 산을 풀어놓고 산‘은’ 하면서 산을 주저앉히듯 꽃과 나무와 꿈과 마음에게도 그러하다 당신은 사랑‘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 안 보면서 보는 당신은 ‘이(가)’로 세상과 놀고 보면서 안 보는 나는 ‘은(는)’으로 세상을 잰다 당신의 혀끝은 멀리 달아나려는 원심력이고 내 혀끝은 가까이 닿으려는 구심력이다 .. 2021. 5. 3.
복도의 아이 - 하재연 [2021 시필사. 120일 차] 복도의 아이 - 하재연 복도의 끝에 아이가 있다 복도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동안 아이는 큰다 머리가 고슬고슬하다 발자국이 울릴 때마다 아이는 줄넘기를 하고 자라고 비를 맞는다 창문에서는 햇빛과 어둠이 교대로 아이의 뺨을 때린다 복도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동안 아이는 키가 크고 희미해진다 하얗게 웃는다 머리카락이 발등을 덮고 창문들이 열렸다 닫혔다 한다 바람소리를 내는 목구멍 속으로 검은 창이 하나 보인다 바람이 아이를 통과한다 #복도의아이 #하재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3.
분석 - 페르난두 페소아 [2021 시필사. 119일 차] #분석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5. 2.
광야 - 이육사 [2021 시필사. 118일 차]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 #이육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2.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2021 시필사. 117일 차]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그녀의 생애에서 가장 아픈 말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마음이깨어진다는말 #천양희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2.
귀천 - 천상병 [2021 시필사. 116일 차]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천상병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26.
낙화 - 권지숙 [2021 시필사. 115일 차] 낙화 - 권지숙 꽃이 진다 지는 꽃은 눈 감고 치마 뒤집어쓰고 망설임 없이 떨어지는 꽃은 꽃이 아니다 뺨 부비며 웃던 꽃잎들 그만 뿔뿔이 흩어져 더러운 아스팔트 위에 엎드린 꽃 바람에 쓸려 구석구석 뒹굴어 찢기고 피 흘리는 꽃은 꽃이 아니다 별 밝은 밤 저도 별인 듯 담벼락에 붙어 하얗게 웃고 있는 꽃은 더이상 꽃이 아니다 슬픔이다 지는 꽃은 꽃샘추위에 떨며 구걸하는 이의 머리 위에 떨어진 꽃은 꽃이 아니다 비틀린 팔다리 휘저으며 바삐 걸어가는 아이의 가슴팍으로 숨어드는 꽃잎은 탱자가시 울타리에 떨어져 탱자꽃인 척 숨죽인 꽃은 꽃이 아니다 낡은 길섶 냉이풀 옆에 누워 떨어진 배꼽자리에 어느새 맺힌 열매 짙어지는 어린 연두잎들을 지긋이 올려다보는 더 이상 꽃이 아닌 꽃 사.. 2021.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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