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06일 차]
느린 이별 - 이사라
또 한없이 느리게 햇살이 복도에 머문다
시간은 사라진 지 오래고
복도의 어디에도 복도의 그림자는 없다
기다랗고 물기 없는 바게트를 손에 쥐고
느리게 빵을 뜯으며
게처럼 복도를 걷는다
햇살이 펼쳐놓은 복도 속으로
빵과 함께 들어가서
복도를 품으면
사라진 시간이 돌아올까?
해 질 무렵부터
집은 저 복도의 끝 어딘가에서 혼자 부풀겠지
병원은 저 복도 끝 어딘가에서 혼자 부풀겠지
복도도 그렇게 또 햇살을 건너가겠지
햇살이 주무르던 모든 것들 멈추고
세상은 밤새 발효가 시작되고
사랑해서
하루라도 못 보면 안 될 것같이
마치 그렇게 하다보면 정말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느리게 정말 느리게
사랑이란 말 정말 느리게
안녕히 가라는 말 정말 느리게
시간이 사라진 복도에서
게걸음으로 느리게
더 느리게 헤어지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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