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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 - 안희연 [2021 시필사. 188일 차] 폭풍우 치는 밤에 - 안희연 나무가 부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호신처럼 마을 입구를 지키던 나무였다 사람들은 부러진 나무를 빙 둘러싸고 서서 각자의 시간을 떠올린다 소망과 악담, 비밀을 한데 모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무엇이 나무를 부러뜨린 거지? 기껏해야 밤이었는데 우리가 미래나 보루 같은 말들을 믿지 않았던 게 아닌데 슬픔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묶인 발이다 그제야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나무가 보였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다고 생각해? 나무는 매일같이 바람을 불러 자신을 지우고 있었어 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마음이 매달려 있어서 기억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잠기거나 잘린 얼굴이다 간절히 씻고 싶었을 얼굴을 생각한다 #폭풍우치는밤에 #안희연 #시필사 #닙.. 2021. 7. 21.
그리운 악마 - 이수익 [2021 시필사. 187일 차]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 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그리운악마 #이수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0.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 황인찬 [2021 시필사. 186일 차]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 황인찬 어두운 밤입니다 형광등은 저녁 동안의 빛을 아직 다 소진하지 못하고 희미한 빛을 뿜습니다 하지만 금세 꺼져버리는군요 밖에서는 청년들이 떠드는 소리, 지금이 몇시냐고 외치는 소리, 이윽고 모든 것이 조용해집니다 직전에 멈춰야 해요 요새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날이 추워져서 얇은 이불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시린 발을 비비다 옆 사람의 따뜻한 발과 닿으면 "자?" 저도 모르게 묻게 되고, 그러면 "응" 대답이 돌아오는 군요 그러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직 어두운 밤입니다 야광별이 박혀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끝이 어딘지 알아야 할 텐데 알 .. 2021. 7. 20.
붉은 말 - 자크 프레베르 [2021 시필사. 185일 차] 붉은 말 - 자크 프레베르 허위의 조련장에서 네 미소띤 붉은 말이 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우뚝 서 있다 현실이라는 슬픈 채찍을 들고서 그리고 난 아무 할 말이 없다 너의 미소는 거짓없이 참되다 나의 네 가지 진실처럼 #붉은말 #자크프레베르 # LeChevalRouge #쟈끄프레베르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0.
어둠 - 포루그 파로흐자드 [2021 시필사. 184일 차] 어둠 - 포루그 파로흐자드 당신은 왜 내게서 도망치는가 무엇이 당신을 서둘러 떠나게 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이처럼 칠흑 같은 밤, 피신처를 찾는가 그 상아로 만든 탑의 대리석 계단은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너무도 아득한 곳 이 순간들을 기억하라 내일의 눈은 장님이 될 것이기에 그 끝에는 등불 하나 없다 아득히 보이는 것은 밤의 들판에서 빛나는 늑대들의 눈동자뿐 잔에 포도주가 남아 있다 언제까지 사원의 바닥에서 머리를 조아릴 것인가 그는 이곳에 숨어 있는데 포도주 속에서 빛나고 있는데 우리 길 잃고 고독한 두 사람이 파도처럼 서로를 껴안으면 우리는 당신이 찾는 안식처에 도달할 것이다 그 마법의 순간이 절정에 이르며 #어둠 #포루그파로흐자드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 2021. 7. 20.
신원미상 - 페르난두 페소아 [2021 시필사. 183일 차] 신원미상 - 페르난두 페소아 아니, 모든 말은 과해. 조용히 해! 그만둬, 너의 목소리, 오직 그전의 고요함만! 아무도 없는 바닷가의 흐린 바다처럼, 오는구나 아픔이 나의 심장에. 어떤 아픔? 난 물라. 느끼는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몸짓 하나조차도, 그저 죽어야 하는 것들로부터 살아남기를 달과, 시간, 그리고 무심하고 흐릿한 향기 그리고 꺼내지 않은 말들. 1918. 6. 12. #신원미상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0.
새로운 길 - 윤동주 [2021 시필사. 182일 차]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새로운길 #윤동주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0.
오래된 서적 - 기형도 [2021 시필사. 181일 차] 오래된 서적書籍 -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옳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 2021. 7. 20.
그해 봄에 - 박준 [2021 시필사. 180일 차] 그해 봄에 - 박준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그해봄에 #박준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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