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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온도 - 허연 [2021 시필사. 179일 차] 얼음의 온도 - 허연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누군가에게 몰입하는 일. 얼어붙거나 불에 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 일. #얼음의온도 #허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개여울 - 김소월 [2021 시필사. 178일 차] 개여울 -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개여울 #김소월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오해 - 천서봉 [2021 시필사. 177일 차] 오해 - 천서봉 씨줄과 날줄로 엮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 풀리지 않는 당신, 당신은 영원히 따뜻하다. #오해 #천서봉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잠들지 않는 귀 - 김행숙 [2021 시필사. 176일 차] 잠들지 않는 귀 - 김행숙 1 안녕, 어느 여름날의 서늘한 그늘처럼 나는 네게 바짝 붙어 있는 귀야. 네가 세상 모르게 잠들었을 때도 나는 너의 숨소리를 듣고, 너의 콧소리를 듣지. 네가 밤새 켜두는 TV에서 느닷없이 북한 아나운서의 억양이 높아졌어. 이 모든 것이 공기의 진동이야. 그리고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렸어. 이런 밤중에 종을 치는 사람은 누굴까. 나는 너를 파도처럼 흔들어 깨우고 싶어. 2 어느 날은 늙은 어머니가 네 방으로 건너와서 40년 전 어느 젊은 여자의 어리석음에 대해 한탄했네. 여자는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움을 자신에게 이롭게 사용할 줄 몰랐네. 잘 자라, 가엾은 아가야. 이 모든 것이 화살이란다. 너는 잠든 척했어. 나는 너의 숨소리를 듣고, 너의 숨죽.. 2021. 7. 15.
자폭 자폭한 이유에 대한 부질없는 추측과 후회 따위에 대한 것들을 한참 썼다가 지웠다. 그러고 나서 그곳에 들어갔다가 1의 글과 2의 글을 보고, 왜 들어갔는지 이유를 잊어버린 채, 좀비처럼 스크롤을 한없이 내리다가 빠져나왔다. 약빨이 괜찮은 건지 간만에 새벽에 깨어있다. 아, 내가 졸립다는 건 아프다는 뜻이었구나... 머리가 저릿할 정도로 생각을 해봤자 다 소용없다. 수많은 시간 아무리 그랬어도 나는 너를 맞추지 못했다. 지금 보니 알겠는 힌트들도 다 인지하지 못했고, 혼자 엉뚱한 수학 문제를 시험지 가득 풀고 풀고 또 풀다가, 결국 타임 오버. 자괴감과 그 모든 것들을 포즈 하고, 내일부터는 신나져야 한다. 신나져야 신나는 노래를 할 텐데... 노래도 연기라고 했다. 프로라면 남친이 죽은 날에도 무대에서는.. 2021. 7. 15.
폭포 - 김수영 [2021 시필사. 175일 차]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 #김수영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향수 - 이훤 [2021 시필사. 174일 차] 향수 - 이훤 시간을 엎지르고 싶다 그때를 줍고 싶다 #향수 #이훤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2021 시필사. 173일 차]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청파동을기억하는.. 2021. 7. 15.
눈병 눈이 아프다는 핑계로 오늘은 느릿느릿하게 보냈다. 시필사를 하려고 시를 모으다 보니, 또 가슴이 아파졌다. 나는 어제 자랑할 일이 있었는데, 결국 또 슬퍼졌다. 덥고, 습한 여름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 결국 우리의 여름은 오지 않았다. 난 이미 예감하고 있었지. 예감은 미래의 내가 와서 해주는 충고라고... 눈 내리던 옥상을 함께 바라보던 그날, 뽀독뽀독 눈 쌓이던 소리가 신비롭던 그날, 하얀 눈 위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의 계절들이 스쳐 지나갔어. 여름은 없었어.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났지. 너는 이유를 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어. 이제야 알게 된 거야. 여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 가을이 오면 난 떠날 거야. 그리고 이야기할 거야. 노래할 거야.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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