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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터널을 지나며 - 강형철 [2021 시필사. 193일 차] 금화터널을 지나며 - 강형철 매연이 눌어붙은 타일이 새까맣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 곁에 보 고 싶 다 썼고 나는 정차된 좌석버스 창 너머로며 네 눈빛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까매질수록 환해지던 너의 마음 사랑은 숯검댕일 때에야 환해지는가 스쳐지나온 교회 앞 죽은 나무 몸통을 넘어 분수처럼 펼쳐지는 능소화 환한 자리 #금화터널을지나며 #강형철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2.
슬픔의 우물 - 데이비드 화이트 [2021 시필사. 192일 차] 슬픔의 우물 - 데이비드 화이트 슬픔의 우물에 빠져고요한 수면 밑 검은 물속으로 내려가숨조차 쉴 수 없는 곳까지가 본 적 없는 사람은결코 알지 못한다, 우리가 마시는차고 깨끗한 비밀의 물이 어느 근원에서 오는지.또한 발견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던진 작고 둥근 동전들이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슬픔의우물 #데이비드화이트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2.
허준(許俊) - 백석 [2021 시필사. 191일 차] 허준(許俊) - 백석 그 맑고 거룩한 눈물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그 따사하고 살틀한 볕살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에서 당신은 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것이다 쓸쓸한 나들이를 단기려 온 것이다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 사람이여 당신이 그 긴 허리를 굽히고 뒷짐을 지고 지치운 다리로 싸움과 흥정으로 왁자지껄하는 거리를 지날 때든가 추운 겨울밤 병들어 누운 가난한 동무의 머리맡에 앉어 말없이 무릎 위 어린 고양이의 등만 쓰다듬는 때든가 당신의 그 고요한 가슴안에 온순한 눈가에 당신네 나라의 맑은 하늘이 떠오를 것이고 당신의 그 푸른 이마에 삐여진 어깨쭉지에 당신네 나라의 따사한 바람결이 스치고 갈 것이다 높은 산도 높은 꼭다기에 있는 듯한 아니면 깊은 물도.. 2021. 7. 22.
정원사 - 메리 올리버 [2021 시필사. 190일 차] 정원사 - 메리 올리버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올바른 행동에 대해 충분히 고심한 후에 결론에 이르렀을까?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을까? 나는 우아하게 고독을 견뎠을까? 나는 그런 말을 해, 아니 어쩌면 그냥 생각만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지. 사실, 난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러곤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지, 단순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정원사가 그의 자식들인 장미를 돌보고 있는. The Gardner - Mary Oliver Have I lived enough? Have I loved enough? Have I considered Right Action enough, have I come to any conclusion? Have I .. 2021. 7. 21.
피 흐르는 눈 2 - 한강 [2021 시필사. 189일 차] 피 흐르는 눈 2 - 한강 여덟 살이 된 아이에게 인디언 식으로 내 이름을 지어달라 했다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아이가 지어준 내 이름이다 (제 이름은 반짝이는 숲이라 했다) 그후 깊은 밤이면 눈을 감을 때마다 눈꺼풀 밖으로 육각형의 눈이 내렸지만 그것을 볼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은 피의 수면 펄펄 내리는 눈 속에 두 눈을 잠그고 누워 있었다 #피흐르는눈2 #한강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1.
폭풍우 치는 밤에 - 안희연 [2021 시필사. 188일 차] 폭풍우 치는 밤에 - 안희연 나무가 부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호신처럼 마을 입구를 지키던 나무였다 사람들은 부러진 나무를 빙 둘러싸고 서서 각자의 시간을 떠올린다 소망과 악담, 비밀을 한데 모으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무엇이 나무를 부러뜨린 거지? 기껏해야 밤이었는데 우리가 미래나 보루 같은 말들을 믿지 않았던 게 아닌데 슬픔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묶인 발이다 그제야 주먹을 꽉 쥐고 있던 나무가 보였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다고 생각해? 나무는 매일같이 바람을 불러 자신을 지우고 있었어 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마음이 매달려 있어서 기억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는 잠기거나 잘린 얼굴이다 간절히 씻고 싶었을 얼굴을 생각한다 #폭풍우치는밤에 #안희연 #시필사 #닙.. 2021. 7. 21.
그리운 악마 - 이수익 [2021 시필사. 187일 차] 그리운 악마 - 이수익 숨겨 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그리운악마 #이수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0.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 황인찬 [2021 시필사. 186일 차]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 - 황인찬 어두운 밤입니다 형광등은 저녁 동안의 빛을 아직 다 소진하지 못하고 희미한 빛을 뿜습니다 하지만 금세 꺼져버리는군요 밖에서는 청년들이 떠드는 소리, 지금이 몇시냐고 외치는 소리, 이윽고 모든 것이 조용해집니다 직전에 멈춰야 해요 요새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날이 추워져서 얇은 이불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시린 발을 비비다 옆 사람의 따뜻한 발과 닿으면 "자?" 저도 모르게 묻게 되고, 그러면 "응" 대답이 돌아오는 군요 그러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아직 어두운 밤입니다 야광별이 박혀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끝이 어딘지 알아야 할 텐데 알 .. 2021. 7. 20.
붉은 말 - 자크 프레베르 [2021 시필사. 185일 차] 붉은 말 - 자크 프레베르 허위의 조련장에서 네 미소띤 붉은 말이 돌고 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우뚝 서 있다 현실이라는 슬픈 채찍을 들고서 그리고 난 아무 할 말이 없다 너의 미소는 거짓없이 참되다 나의 네 가지 진실처럼 #붉은말 #자크프레베르 # LeChevalRouge #쟈끄프레베르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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