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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 이성복 [2020 시필사. 140일 차] 거울 - 이성복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죽음 속에 우리는 허리까지 잠겨 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두렵기 만 합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이 길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이 나의 길을 숨기고 있습니까 내가 당신의 길을 가로막았습니까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 로 가득차 있습니다 거울처럼 당신은 나를 보고 계십니다 #거울 #이성복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바래다줄게 - 박진이 [2020 시필사. 139일 차] 바래다줄게 - 박진이 바래다줄게, 꽃 피는 근처까지 막 햇빛이 다녀간 벤치에 앉아 지루한 발밑에서 절걱거리는 돌멩이 소리를 듣곤 했지 문득 새들이 날아들었다 흩어지고 갓 쌓인 눈에 발이 잠기는 순간까지만 바래다줘 말을 걸지 않았다면 이곳까지 올 일도 없었을 거야 어디? 오래된 질문이 마음에 들어 이따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새들이 꽃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여기 어디였는데 꽃나무 성긴 가지 틈으로 내 나이가 비치던 바래다줄게, 긴긴 봄 눈가 붉어지는 그곳까지만 #바래다줄게 #박진이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여행으로의 초대 - 샤를 보들레르 [2020 시필사. 138일 차] 여행으로의 초대 - 샤를 보들레르 (옮긴이 김인환) 내 소중한, 내 사랑아, 꿈꾸어보아요. 그 곳에서 함께 사는 달콤함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죽는 날까지 또 사랑할 테요, 그대 닮은 그곳에서! 흐린 하늘의 촉촉한 태양이 내 마음 매혹시키네, 못 믿을 만큼 신비로운 그대 눈동자에 스치듯 반짝이는 눈물로.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세월의 광택으로 빛나는 가구들로 우리 침실을 장식하리라. 진귀한 꽃들 그 향기와 어우러지는 은은한 호박향 호화로운 천장 깊숙한 거울 동방의 찬란함 그 모든 것이 들려주리라. 내 영혼에 은밀하게 정겨운 그대의 고향 언어를.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저 운하 위에 잠든 배들을 보아요... 2021. 1. 13.
삶이란 아름다움인가 슬픔인가 - 이기철 [2020 시필사. 137일 차] 삶이란 아름다움인가 슬픔인가 - 이기철 길을 걸으면 무수한 어제들이 내 등 뒤에 쌓인다. 오늘 한 달치의 녹말과 한 주일치의 칼슘을 사 두고 겨울 곳간을 둘러보며 익어 가는 포도주를 돌아보면 즐거우리라 염소들은 추운 겨울 우리를 걱정하면서 남은 반 단의 풀잎을 다 먹어 둔다. 지금 들을 씻는 물소리는 아름답고 생애에 한 번 오는 늦은 각성으로도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따뜻하다. 내가 걷는 습관의 길 위에는 떨어지는 먼지인 듯 시간이 쌓이고 내 입은 면 내복은 몇 올의 실밥들이 드러난다. 오늘 12월호 잡지가 문간에 배달된다. 팔십사년 12월호를 내 생애에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나는 화약 냄새와 선전 포고의 몇 구절도 사랑해야 하리라 의류 공장에는 오늘 밤 내가 .. 2021. 1. 13.
풍경 달다 - 정호승 [2020 시필사. 136일 차]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풍경달다 #정호승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울프 노트 : 시인의 말 - 정한아 [2020 시필사. 135일 차] 눈이 아하하하하하 쏟아지는 날 방바닥에 엎드려 '천재 유교수의 생활' 보기. #울프노트 #시인의말 #정한아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길 - 윤동주 [2020 시필사. 134일 차]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깊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길 #윤동주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13.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 - 송종규 [2020 시필사. 133일 차]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 - 송종규 별들이 앉았다 간 네 이마가 새벽 강처럼 빛난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너를 증명해 보일 수가 있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너는 아마, 몇 개의 국경을 넘어서 몇 개의 뻘을 건너서 온 것이 분명하지만 사실은, 우주 밖 어느 별을 거쳐서 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허공에 찍힌 빛들의 얼룩 때문에 누군가 조금 두근거리고 누군가 조금 슬퍼져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바닷가를 걷고 있다는 것 우리가 오래 전에 만난 나무들처럼 마주보며 서 있을 때 그때 마침 밤이 왔고, 그때 마침 술이 익었다는 것 나는 네 나라로 떠나간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만 그 나라의 언어가 알고 싶지만 붉어진 눈시울을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 술이 익은 항아리 속으로 .. 2021. 1. 13.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 장이지 [2020 시필사. 132일 차]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 장이지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내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려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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