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285 오해 - 천서봉 [2021 시필사. 177일 차] 오해 - 천서봉 씨줄과 날줄로 엮은 스웨터를 입고 있다. 풀리지 않는 당신, 당신은 영원히 따뜻하다. #오해 #천서봉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잠들지 않는 귀 - 김행숙 [2021 시필사. 176일 차] 잠들지 않는 귀 - 김행숙 1 안녕, 어느 여름날의 서늘한 그늘처럼 나는 네게 바짝 붙어 있는 귀야. 네가 세상 모르게 잠들었을 때도 나는 너의 숨소리를 듣고, 너의 콧소리를 듣지. 네가 밤새 켜두는 TV에서 느닷없이 북한 아나운서의 억양이 높아졌어. 이 모든 것이 공기의 진동이야. 그리고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렸어. 이런 밤중에 종을 치는 사람은 누굴까. 나는 너를 파도처럼 흔들어 깨우고 싶어. 2 어느 날은 늙은 어머니가 네 방으로 건너와서 40년 전 어느 젊은 여자의 어리석음에 대해 한탄했네. 여자는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움을 자신에게 이롭게 사용할 줄 몰랐네. 잘 자라, 가엾은 아가야. 이 모든 것이 화살이란다. 너는 잠든 척했어. 나는 너의 숨소리를 듣고, 너의 숨죽.. 2021. 7. 15. 폭포 - 김수영 [2021 시필사. 175일 차] 폭포 -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폭포 #김수영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향수 - 이훤 [2021 시필사. 174일 차] 향수 - 이훤 시간을 엎지르고 싶다 그때를 줍고 싶다 #향수 #이훤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7. 15.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2021 시필사. 173일 차]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겨울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청파동을기억하는.. 2021. 7. 15. 분다 - 정다인 [2021 시필사. 172일 차] 분다 - 정다인 당신의 뒷모습은 바람의 탁본이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역류의 시발점, 바람이 분다 신탁도 없이 웃자란 생의 비의를 끌어안고 당신이 쓸쓸하게 웃을 때 후우, 바람이 분다 미처 여미지 못한 옷깃에서, 헝클어져 엉킨 머릿결에서 숨결보다 얕은 바람이 인다 당신이라는 말, 불러 세울 수 없는 먼지처럼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순간들이 모여 세상은 더 낯선 곳으로 흘러간다 당신과 나의 서먹한 저녁이 수저 소리도 없이 어두워지면 길 위에선 또 다른 당신이 바지춤을 추스른다 스쳐 가는 뒷모습은 겹쳐지고 또 겹쳐져 문풍지처럼 떨리고, 당신은 그을음처럼 가라앉는다 한때 불꽃을 가졌으므로 당신과 나는 생살을 주고받은 사이, 널름거리던 화염 속에서 우리의 뒷모습은 뜨거웠을.. 2021. 7. 13. 결국 - 이응준 [2021 시필사. 171일 차] 결국 - 이응준 당신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다. 이러한 나를 당신이 모른다면 결국 아무도 나를 모르는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람에 외롭고 세상에 시달리고 어둠에 죽고 싶었던 날들을 기억하지만, 그래도 그 숱한 밤들이 항상 지옥만이 아니라 간혹 추억인 것은, 내가 불구덩이 속에서도 나의 마음을 찾아 헤매다 결국 당신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람에 외롭고 세상에 시달리고 어둠에 죽고 싶었던 날들이여. 이러한 나를 당신이 모른다면,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결국 #이응준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6. 23. 먼 여름 - 이성호 [2021 시필사. 170일 차] 먼 여름 - 이성호 아무리 채찍질해도 닿을 수 없는 벼랑처럼 아스라한 그대여 내 마음에 무수히 살면서도 도무지 삶이 되지 않는 어떤 꽃처럼 먹먹한 그대여 #먼여름 #이성호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6. 20. 느린 여름 - 신해욱 [2021 시필사. 169일 차] 느린 여름 - 신해욱 맑고도 무거운 날이었다 그는 쓱 웃으며 나의 한 쪽 어깨를 지웠다 햇빛이 나를 힘주어 눌렀고 그를 벗어나는 자세로만 나는 그에게로 기울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시간이란 이제 다시 없을 것이다 내가 먼저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쓱 웃으며 나를 나의 의미를 미리 지워버렸다 #느린여름 #신해욱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6. 19.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3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