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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285

서시(序詩) - 윤동주 [2021 시필사. 150일 차]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윤동주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6. 1.
텅 빈 액자 - 유희경 [2021 시필사. 149일 차] 텅 빈 액자 - 유희경 눈 덮인 지붕과 궁핍의 나무를 떼어낸다 서러운 그림이다 그림은 그의 것이다 그가 직접 걸어둔 것이다 등 너머 실팍한 마음이 이제야 먼지처럼 날린다 거실 옆 부엌에는 그릇을 깨먹은 여자가 있다 잔소리하듯 하얀 그릇됨의 속살 떼어낸 자리가 환하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없어진 나날보다 있었던 나날이 더 슬프다 #텅빈액자 #유희경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31.
라일락꽃 - 도종환 [2021 시필사. 148일 차] 라일락꽃 -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라일락꽃 #도종환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31.
추위에 대하여 - 이성미 [2021 시필사. 147일 차] 추위에 대하여 - 이성미 네가 올 때마다 육각형 눈이 와. 나는 여름 들판에서 너를 기다려. 하얀 벌들이 밤하늘을 뒤덮고, 나의 심장에도 차가운 눈이 내려. 너는 새벽에서 이곳으로 와. 빈방에서 여름으로 와. 그럴 때 너는 너보다 커 보이거나 작아 보여. 그림자놀이처럼. 침엽수에게 어떤 모양의 잎을 달고 싶으냐고 물으면 흰 왕관처럼 얹힌 눈이 녹아버릴까. 북쪽 여왕의 반대말은 북쪽 왕인가 남쪽 여왕인가 남쪽 허름한 소녀인가 소년인가. 이런 걸 궁금해하면 네가 화를 낼까. 담요를 드릴까요. 물어보면 네가 조금씩 녹을까. 녹으면서 허둥댈까. 너는 하얀 자동차를 타고 한 방향으로 가.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나라로. 눈보라가 치고 침엽수가 자라는 빈방 속의 빈방으로. 나는 옆구.. 2021. 5. 27.
1914년 - 김행숙 [2021 시필사. 146일 차] 1914년 - 김행숙 당신은 마음을 흙이라고 생각하는가 봐요. 파고, 파고, 파다 보면 100년 전 호텔도 그곳에 들일 수 있다는 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다녀갔다는 듯이, 죽은 사람들도 복도를 돌아다닌다는 듯이, 한밤중의 창문에 나타나는 눈동자들은 텅 비어 있곤 했는데...... 그런 창문이라면, 그런 눈동자라면, 그곳에 하염없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봐요. 당신은 왜 글을, 글을,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이 흙이라면, 눈에 들어가는 흙, 손톱 발톱에 까맣게 차오르는 흙, 뿌리가 생기고 바람 부는 들판이 생기고 어딘가에 한 마리 짐승을 숨기고 내놓지 않는 흙, 한 마리 짐승이 먹잇감이라면, 사냥을 준비하며 더욱 예민해지는 짐승들이 잔뜩 웅크리고 .. 2021. 5. 27.
기쁨을 수호하라 - 마리오 베네데티 [2021시필사. 145일 차] 기쁨을 수호하라 - 마리오 베네데티 전쟁터의 참호처럼 기쁨을 수호하라. 소문과 단조로운 일상으로부터 괴로움과 비참함으로부터 일시적인 없음으로부터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들로부터 하나의 원칙으로서 기쁨을 보호하라. 놀라운 일들과 악몽으로부터 무관심과 사소한 것들로부터 달콤한 죄로부터 심각한 진단으로부터 하나의 깃발처럼 기쁨을 방어하라. 눈멀게 하는 빛과 우울함으로부터 너무 순진한 사람과 악당으로부터 공허한 미사여구와 아픈 심장으로부터 속 좁은 생각과 학문적인 편견으로부터 운명처럼 기쁨을 보호하라. 불과 그 불을 꺼 주겠다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해치는 일과 타인을 해하는 일로부터 게으름과 의무의 부담으로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하나의 확신으로서 기쁨을 지키라. 값나.. 2021. 5. 26.
겨울 사랑 - 박노해 [2021 시필사. 144일 차]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겨울사랑 #박노해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26.
가을 - 최승자 [2021 시필사. 143일 차] 가을 - 최승자 세월만 가라, 가라,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내게로 왔습디다. 내 문간에 낙엽 한 잎 떨어뜨립디다. 가을입디다. 그리고 일진광풍처럼 몰아칩디다. 오래 사모했던 그대 이름 오늘 내 문간에 기어이 휘몰아칩디다. #가을 #최승자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25.
아이들은 자란다 - 하재연 [2021 시필사. 142일 차] 아이들은 자란다 - 하재연 모자가 머리칼을 덮고 흰 칼라가 어깨를 덮듯 노인이 노인을 잉태하고 아이가 아이를 잉태하고 내가 사랑한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기린의 발자국만큼 작은 발자국들로부터 또 누군가 달려나간다 작은 발바닥들이 포개질 때 혈액은 강물처럼 따뜻해진다 #아이들은자란다 #하재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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