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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

멱라의 길 1 - 이기철

by 박지은(MyMars) 2021. 1. 17.

[2020 시필사. 159일 차]

멱라의 길 1 - 이기철

 

걸어가면 지상의 어디에 멱라가 흐르고 있을 것인데
나는 갈 수 없네, 산 첩첩 물 중중
사람이 수자리 보고 짐승의 눈빛 번개 쳐
갈 수 없네
구강 장강 물 굽이치나 아직 언덕 무너뜨리지 않고
낙타를 탄 상인들은 욕망만큼 수심도 깊어
이 물가에 사금파리 같은 꿈을 묻었다
어디서 이소(離騷) 한 가닥 바람에 불려 오면
내 지상에서 얻은 병(病) 모두 쓸어 저 강물에 띄우겠네
 
발목이 시도록 걸어가는 나날은
차라리 삶의 보석을 갈무리한다고
상강으로 드는 물들이 뒤를 돌아보며 주절대지만 
문득 신발에 묻은 흙을 보며 멱라의 길이 꿈 밖에 있음을 깨닫고
혼자 피었다 지는 꽃 한 송이에 눈 닿는 것도 
이승의 인연이라 생각한다
 
일생이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일생이 노역(勞役)과 상처 아문 자리로 얼룩져 있어도
상처를 길들이는 마음 고와서 아름다운 사람은 있다
때로 삶은 우리의 걸음을 비뚤어지게 하고
독(毒) 묻은 역설을 아름답게 하지만
멱라 흐르는 물빛이 죽음마저도 되돌려주지는 못한다
아무도 걸어온 제 발자국 헤아린 자 없어도
발자국 뒤에 남은 혈흔 쌓여
한 해가 되고 일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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