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60일 차]
멱라의 길 2 - 이기철
멱라의 길을 찾아 헤맨 삼백의 밤이 나의 채찍이 된다
멱라는 삼천년 전 楚에 있지 않고
돌팔매도 닿지 않는 내 마음 허공에 강물로 남아 있다
걸어도 걸어도 먼지 쌓인 길
금강 지나면 낙동강 상류
남쪽으로 처마 기울인 우리나라 집들
상수리 잎이 빼앗아 간 아침 햇살을
푸른 들길이 내게 돌려주지 않는다
어느 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千山 너머
내 지친 몸의 침실을 마련하지 않아
自轉의 낮과 밤이 상추잎 같은 소년을 늙게 한다
아이의 얼굴을 한 초록이 이슬 속에 내 얼굴을
담아두는 오전은 아름답다
내 구두와 모직 옷들은 못과 나사로 조립한 도시처럼 낡고 헐어
머리카락 하나 바람에 불려 날아간 영원의 끝으로
내 몸을 옮겨놓지 못한다
수저로 퍼올리는 슬픔이 생의 완성을 위해 길어 올리는 糧食이라면
나는 천년 흘러도 마르지 않는 멱라의 물을 길어
생애의 독을 붓겠다
이 지상에 무한한 서쪽은 없어 급히 달리던 산맥은 바다에서 멎고
마음의 편서풍은 멱라를 데리고
저 혼자 지구의 끝을 가고 있다
마음의 멱라여, 나는 아직 열마나 더 아파야
영원의 끝을 만질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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