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58일 차]
정신의 열대 - 이기철
내 정신의 열대, 멱라를 건너가면
거기 슬플 것 다 슬퍼해 본 사람들이
고통을 씻어 햇볕에 널어두고
쌀 씻어 밥 짓는 마을 있으리
더러 초록을 입에 넣으며 초록만큼 푸르러지는
사람들 살고 있으리
그들이 봄 강물처럼 싱싱하게 묻는 안부 내 들을 수 있으리
오늘 아침 배춧잎처럼 빛나던 청의(靑衣)를 물고
날아간 새들이여
네가 부리로 물고 가 짓는 삭정이 집 아니라도
사람이 사는 집들
남(南)으로만 흘러내리는 추녀들이
지붕 끝에 놀을 받아 따뜻하고
오래 아픈 사람들이 병을 이기고 일어나는
아이 울음처럼 신선한 뜨락 있으리
저녁의 고전적인 옷을 벗기고
처녀의 발등 같은 흰 물결 위에
살아서 깊어지는 노래 한 구절 보탤 수 있으리
오래 고통을 잠재우던 이불 소리와
아플 것 다 아파 본 사람들의 마음 불러 모아
고로쇠 숲에서 우는 청호반새의 노래를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말로 번역할 수 있으리
#정신의열대 #이기철 #청산행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반응형
'시필사 & 시낭독 > 2020 매일 시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멱라의 길 2 - 이기철 (0) | 2021.01.17 |
---|---|
멱라의 길 1 - 이기철 (1) | 2021.01.17 |
나의 시 - 레너드 코헨 (0) | 2021.01.17 |
힘과 용기의 차이 - 데이비드 그리피스 (0) | 2021.01.17 |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0) | 2021.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