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03 꽃 - 기형도 [2021 시필사. 234일 차] 꽃 - 기형도 내 영혼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정원庭園에서 그대의 온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꽃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2.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2021 시필사. 233일 차]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낙하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2021. 8. 22. 산길 2 - 이성복 [2021 시필사. 232일 차] 산길 2 - 이성복 한 사람 지나가기 빠듯한 산길에 아카시아 우거져 드문드문 햇빛이 비쳤습니다 길은 완전히 막힌 듯했습니다 이러다간 길을 잃고 말 거라는 생각에, 멈칫멈칫 막힌 숲속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떨면서, 가슴 조이며 우리는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끝났다고 생각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었지요 #산길2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22. 어두워지기 전에 2 - 이성복 [2021 시필사. 231일 차] 어두워지기 전에 2 - 이성복 꽃나무들은 물감을 흘리며 일렬로 걸어갔습니다 소박한 연등의 행렬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갔던가요 혼례의 옷에 죽음의 빛이 묻어 있었습니다 한결같이 사람들은 흰빛 향기로 웃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어두워지기 전에 그대를 보고 또 보았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저의 눈빛은 흐려지고 늘어진 꽃나무 사이 그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두워지기전에2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9. 어두워지기 전에 1 - 이성복 [2021 시필사. 230일 차] 어두워지기 전에 1 - 이성복 어두워가는 산을 가리키며 당신이 아니, 저기 진달래가..... 저기도, 저 너머에도..... 당신이 놀라 가리킬 때마다 어둠과 피로 버무린 꽃이 당신 손끝에서 피어났습니다 그때 당신이 부르기만 하면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에서 나는 처음 꽃피어날 것 같았습니다 #어두워지기전에1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8. 두 개의 꽃나무 - 이성복 [2021 시필사. 229일 차] 두 개의 꽃나무 - 이성복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잎이 예뻤고 다른 하나는 가지가 탐스러웠습니다 당신은 두 개의 꽃나무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 그 중 하나는 가져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 개의 꽃나무 다 갖고 싶었습니다 하나는 뜰에 심고 다른 하나는 문 앞에 두고 싶었습니다 내 다 가져가면 당신의 정원이 헐벗을 줄 알면서도, 허전한 당신 병드실 줄을 알면서도…… 당신의 정원에 두 개의,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두 개의 꽃나무 사이, 당신은 쓸쓸히 웃고만 계셨습니다 #두개의꽃나무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7. 꽃피는 시절 - 이성복 [2021 시필사. 228일 차] 꽃피는 시절 - 이성복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 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 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 2021. 8. 16. 물고기 - 이성복 [2021 시필사. 227일 차] 물고기 - 이성복 내 아주 가까운 곳에 당신을 보았고 당신 계셨던 자리에 누워도 보았습니다 한기가 들 정도로 하늘이 푸르고 간혹 이어지는 숨소리도 푸르렀습니다 내 마지막에 당신이 나를 누이실 자리를 이따금 생각해봅니다 목말라 이른 아침 깨어났을 때 문득 사라진 금빛 물고기들이 간 곳을, 혹은 너무 고통스럽고 경황없어 미처 몸 숨기지 못하고 떠오르던 물고기들, 우리의 금빛 물고기들이 간 곳을...... #물고기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5. 금기 - 이성복 [2021 시필사. 226일 차] 금기 - 이성복 아직 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 마음속에는 많은 금기가 있습니다 얼마든지 될 일도 우선 안 된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은 저의 금기가 아니신지요 당신은 저에게 금기를 주시고 홀로 자유로우신가요 휘어진 느티나무 가지가 저의 집 지붕 위에 드리우듯이 저로부터 당신은 떠나지 않습니다 #금기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5. 이전 1 ··· 74 75 76 77 78 79 80 ··· 19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