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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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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 이성복 [2021 시필사. 225일 차] 서해 -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서해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5.
만남 - 이성복 [2021 시필사. 224일 차] 만남 - 이성복 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만남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5.
느낌 - 이성복 [2021 시필사. 223일 차] 느낌 - 이성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서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느낌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5.
장미에 바치는 비명 - 마리아노 브룰 [2021 시필사. 222일 차] 장미에 바치는 비명 - 마리아노 브룰 장미 한송이를 부숴뜨리니 네가 없다. 폐허가 된 장미의 궁전, 바람에 허물어져내린 기둥 이파리들. 이제―불가능한 장미―너의 시간이 시작된다: 대기의 바늘로 얽어짠 손 닿지 않는 쾌감의 바다, 거기 모든 장미들은 ―장미라기보다― 아름다움의 감옥 없는 아름다움. #장미에바치는비명 #마리아노브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10.
쏘네트 16 - 빠블로 네루다 [2021 시필사. 221일 차] 쏘네트 16 - 빠블로 네루다 나는 너라는 땅 조각을 사랑한다, 이 행성의 초원에서 나는 다른 별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너는 우주의 번성을 반추한다. 너의 크막한 눈은 패배한 천체에서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별빛, 너의 살결은 빗속에 스쳐 지나가는 유성이 밟고 간 길처럼 파닥거린다. 그 많은 달들이 나에게는 너의 엉덩이들이었다, 모든 햇살이 너의 그 깊은 입과 그 감미로움, 어둠 속에 꿀처럼 불타는 빛의 홍수 길고 빨간 번갯불로 불탄 너의 가슴, 그래서 나는 네게 입 맞추며, 너의 몸의 불을 더듬는다, 너는 작지만 지구의 모든 것, 너는 비둘기, 세상의 지도. #쏘네트16 #소네트16 #빠블로네루다 #파블로네루다 #PabloNeruda #100편의사랑소네트 .. 2021. 8. 9.
확실한 것 - 옥따비오 빠스 [2021 시필사. 220일 차] 확실한 것 - 옥따비오 빠스 지금 이 램프가 실제 있는 것이고 이 하얀 불빛이 실제 있는 것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손이 실제 있다면, 이 쓴 것을 바라보는 눈은 진짜 있는 것인가? 말과 말 사이 내가 하는 말은 사라진다. 내가 아는 건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것뿐 두 괄호 사이에서. #확실한것 #옥따비오빠스 #옥타비오파스 #OctavioPaz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8.
거울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21 시필사. 219일 차] 거울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래, 나는 그 벽을 기억한다, 우리의 몰락한 도시에 세워져 있던 그것은 거의 6층 높이까지 솟아 있었고, 4층에는 거울이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거울이었다,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고, 너무도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었기에. 더 이상 그 누구의 얼굴도 비추지 않았고, 머리를 매만지는 그 어떤 손도, 맞은편에 있는 그 어떤 문도, '장소'라고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공간도 투영하지 않았지만. 마치 어디론가 휴가를 떠나온 듯했다― 살아 있는 하늘이 거울을 응시했다, 야생의 공기 속을 유영하는 부산한 구름과, 반짝이는 빗줄기에 젖은 폐허의 먼지와, 비상하는 새들과, 별들과, 해돋이도. 잘 만들어진 모든 물건이 그러하듯 거울은 완벽하게 제 임무를 수.. 2021. 8. 7.
공원 - 자크 프레베르 [2021 시필사. 218일 차] 공원 - 자크 프레베르 우주 속의 별 지구 속의 파리 파리의 몽수리 공원에서 겨울 햇빛 속 어느 아침 네가 내게 입맞춘 내가 네게 입맞춘 그 영원의 한순간을 다 말하려면 모자라리라 수백만 년 또 수백만 년도 #공원 #자크프레베르 #쟈끄프레베르 #JacquesPrevert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8. 6.
원스 인 어 블루문 (Once in a blue moon) - 정채원 [2021 시필사. 217일 차] 원스 인 어 블루문 (Once in a blue moon) - 정채원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뜬다네 두 번째 보름달은 푸른 달이지 구름 속으로 하마가 날아다니고 발 없는 새들이 숲 속에서 마지막 춤을 추는 밤 헤어진 연인들이 달나라에서 문자를 보내오고 사과꽃이 한꺼번에 후드득 진다네 눈먼 새는 암청 하늘로 황급히 날아가고 다음 날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다네 푸른 달 아래 사과꽃 밟으며 우린 누구나 죄인이 되지만 누군가는 아직도 무염시태를 꿈꾸지만 나는 장미보다 가시의 정원을 꿈꾸네 모든 상처 간신히 아문 뒤에 감기로 죽고 싶지는 않다네 죽음이 살갗 밖으로 푸르스름 혈관처럼 내비치는 밤 달빛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색소폰을 불며 비소 먹은 듯 그렇게 푸른 꽃을 피우고 ..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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