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 시낭독673 희망이 외롭다 1 - 김승희 [2021 시필사. 23일 차] 희망이 외롭다 1 - 김승희 남들은 절망이 외롭다고 말하지만 나는 희망이 더 외로운 것 같아, 절망은 중력의 평안이라고 할까, 돼지가 삼겹살이 될 때까지 힘을 다 빼고, 그냥 피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으면 되는 걸 뭐…… 그래도 머리는 연분홍으로 웃고 있잖아, 절망엔 그런 비애의 따스함이 있네 희망은 때로 응급처치를 해주기도 하지만 희망의 응급처치를 싫어하는 인간도 때로 있을 수 있네, 아마 그럴 수 있네, 절망이 더 위안이 된다고 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찬란한 햇빛 한 줄기를 따라 약을 구하러 멀리서 왔는데 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믿을 정도로 당신은 이제 병이 깊었나, 희망의 토템 폴인 선인장…… 사전에서 모든 단어가 다 날아가버린 그 밤에도 나란히 신발을 벗.. 2021. 1. 24. 아름다운 관계 - 박남준 [2020 시필사. 180일 차] 아름다운 관계 -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 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 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2021. 1. 22. 아닌 것 - 에린 핸슨 [2020 시필사. 179일 차] 아닌 것 - 에린 핸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 2021. 1. 22.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2020 시필사. 178일 차]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몸속에잠든이누구신가 #김선우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나는 기쁘다 - 천양희 [2020 시필사. 177일 차] 나는 기쁘다 -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와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를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나는기쁘다 #천양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 2021. 1. 22. 겨울밤 - 박남준 [2020 시필사. 176일 차] 겨울밤 - 박남준 싸락눈 싸락눈 쌀밥 같은 흰 싸락눈 깊은 그믐밤 화롯불에 둘러앉아 군밤을 까먹던 그 새까맣던 밤 선잠을 깨어 옛날에 젖는다 한세월 새하얗게 잊었던 일들이 오는가 오기는 오는가 밤거미처럼 내려와서 아른댄다 산다는 일이라니 이렇게 살아 있는 일이라니 #겨울밤 #박남준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하늘 냄새 - 박희순 [2020 시필사. 175일 차] 하늘 냄새 - 박희순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하늘냄새 #박희순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울리히 샤퍼 [2020 시필사. 174일 차]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울리히 샤퍼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아무도 그대가 준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그대를사랑하는까닭은 #울리히샤퍼 #Ulrich Schaffer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그믐달 - 이정록 [2020 시필사. 173일 차] 그믐달 - 이정록 어머니학교 18 가로등 밑 들깨는 올해도 쭉정이란다. 쉴 틈이 없었던 거지. 너도 곧 좋은 날이 올 거여. 지나고 봐라. 사람도 밤낮 밝기만 하다고 좋은 것 아니다. 보름 아녔던 그믐달 없고 그믐 없었던 보름달 없지. 어둠은 지나가는 거란다. 어떤 세상이 맨날 보름달만 있겄냐? 몸만 성하면 쓴다. #그믐달 #이정록 #어머니학교18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7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