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 시낭독673 달같이 - 윤동주 [2021 시필사. 40일 차] 달같이 - 윤동주 연륜年輪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年輪처럼 피어나간다. #달같이 #윤동주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2. 11. 군청群靑 - 장이지 [2021 시필사. 39일 차] 군청群靑 - 장이지 집 앞에 세워둔 네 차가 견인되었을 때 미안하면서도 좋았다. 견인차량보관소가 있는 마장동까지 갔다가 네 차로 되돌아오던 한나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청계천이 아직 콘크리트로 덮여 있을 때 고가도로 밑을 지나며 이대로 교외로 나가자고 너는 말했다. 나도 조금 더 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무른 눈길을 나란히 걸으며 책임진다는 말의 온기에 기댄 날이 있었다. 저녁 공기의 군청색群靑色 실에 별 무늬를 넣어 뜬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너를 잡아두려고 네 휑한 목에 머플러도 둘러주었다. 동갑이라고 나이도 속여가면서 욕심을 부렸다. 청계천 물소리는 군청이라는 너의 색에는 이르지 못하고 서울 하늘 아래의 어느 옥상쯤에 가 투명하게 운다. 이래서는 제대로 살 수 없.. 2021. 2. 11. 내가 알고 있는 것 - 잘랄루딘 루미 [2021 시필사. 38일 차] 내가 알고 있는 것 - 잘랄루딘 루미 내가 무엇을 행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는가. 내가 나를 소유하는 순간은 숨을 들이마시는 동안인가, 아니면 내쉬는 동안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쓸지 연필이 알고 있는 정도, 또는 다음에 어디로 갈지 그 연필심이 짐작하는 정도. #내가알고있는것 #잘랄루딘루미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2. 11. 호두에게 - 안희연 [2021 시필사. 37일 차] 호두에게 - 안희연 부러웠어, 너의 껍질 깨뜨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는 거 나는 너무 무른 사람이라서 툭하면 주저앉기부터 하는데 너는 언제나 단호하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한손에 담길 만큼 작지만 우주를 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너의 시간은 어떤 속도로 흐르는 것일까 문도 창도 없는 방 안에서 어떤 위로도 구하지 않고 하나의 자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가졌다는 것 너는 무수한 말들이 적힌 백지를 내게 건넨다 더는 분실물센터 주변을 서성이지 않기 '밤이 밤이듯이' 같은 문장을 사랑하기 미래는 새하얀 강아지처럼 꼬리 치며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새는 비를 걱정하며 내다놓은 양동이 속에 설거지통에 산처럼 쌓인 그릇들 속에 있다는 걸 .. 2021. 2. 10. 몇 개의 이야기 6 - 한강 [2021 시필사. 36일 차] 몇 개의 이야기 6 - 한강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몇개의이야기6 #한강 #시필사 #볼펜 #까렌다쉬 #CaranDache #폴스미스 #PaulSmith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2. 7. 사막 - 오르텅스 블루 [2021 시필사. 35일 차] 사막 -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Desert - Hortense Vlou He felt so lonely In this desert That sometimes He would walk backwards Just to see tracks in front of him. #사막 #오르텅스블루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2. 4. 서울의 겨울 12 - 한강 [2021 시필사. 34일 차] 서울의 겨울 12 - 한강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서울의겨울12 #한강 #시필사 #볼펜 #까렌다쉬 #CaranDache #폴스미스 #PaulSmith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2. 3. 안개 - 기형도 [2021 시필사. 33일 차] 안개 - 기형도 1 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江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步行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2021. 2. 3. 첫 눈에 반한 사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21 시필사. 32일 차] 첫 눈에 반한 사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수만 번 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속에서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들리던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 하는 무뚝뚝한 음성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2021. 2. 1.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 7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