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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8

몸살 - 이병률 [2020 시필사. 93일 차] 이병률 - 몸살 한번 녹으면 영원히 얼지 못하는 얼음처럼 한번 아픈 것이 영원히 낫지 않는다 낫지 않으니 축적이다 독을 내몰고 새 독을 품으려니 갱신이다 이 몸이 불길을 지킬 것이니 몸아, 몸을 귀찮게 마라 피와 식사에 애틋하게 관여하고 영혼의 물을 흘리며 우리는 조금 더 늙겠지만 어쩌면 이토록 한 사람 생각으로 이 밤이 이다지 팽팽할 수 있느냐 저리도 곡선으로 떼를 지어 할 말이 많은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곳으로 이끌리더라도 어쩔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것이냐 어제는 단어가 오늘은 전부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암시가 있으려나 사랑이 끝나는 자리에 한 번쯤 미리 다녀오라고 새가 자꾸 울어대더라도 살(煞)은 절[寺]이어서 명치가 깊다 몸살아, 다 그만두고 어떤 연.. 2020. 9. 15.
새 - 이병률 [2020 시필사. 87일 차] 새 - 이병률 새 한 마리 그려져 있다 마음 저 안이라서 지울 수 없다 며칠 되었으나 처음부터 오래였다 그런데 그다지 좁은 줄도 모르고 날개를 키우는 새 날려 보낼 방도를 모르니 새 한 마리 지울 길 없다 #새 #이병률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9. 9.
창문의 완성 - 이병률 [2020 시필사. 84일 차] 창문의 완성 - 이병률 다음 계절은 한 계절을 배신한다 딸기꽃은 탁한 밤공기를 앞지른다 어제는 그제로부터 진행한다 덮거나 덮힌다 성냥은 불을 포장한다 실수는 이해를 정정한다 상처는 상처를 지배한다 생각은 미래를 가만히 듣는다 나중에 오는 것은 적잖이 새로운 것 네가 먼저 온다 시간은 나중은 나중에 온다 슬프게 뭉친 것은 나중까지 오는 것이다 희부연 가로등 밑으로도 휑한 나뭇가지로도 온다 한번 온 것은 돌아가는 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시험도 결심도 않는다 시간은 나중 오는 것이다 네가 먼저 오는 것이다 #창문의완성 #이병률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9. 6.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 이병률 [2020 시필사. 80일 차]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 이병률 1 그 땅에는 뽑아내고 뽑아내도 자꾸만 그 나무가 자란다고 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땅에 유독 그 자리에 그 나무만 자라난다고 했다 2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소릴 들었다 사랑한다면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말만 들었다 사랑한다는 감정의 판지를 덮고도 이토록 추운 것은 혓바닥으로 죽은 강물을 들이켜 한꺼번에 휘파람 불 수 없다는 증거 한 덩어리의 바람이 지나고 한 시대를 에워 가릴 것처럼 닥치는 눈발까지도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소리로만 들렸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말만 거셌다 돌에서 물이 흐르고 그 물이 굳어 돌이 되고 그 돌에 틈바구니 생기도록 사무치고 사무쳐도 나 또한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자는 소리만 되뇌었다.. 2020. 9. 2.
내 손목이 슬프다고 말한다 - 이병률 [2020 시필사. 72일 차] 내 손목이 슬프다고 말한다 - 이병률 내 손목이 슬프다고 말을 한다 존재에 대한 말 같았다 말의 감정은 과거로부터 와서 단단해지려니 나는 단단한 내 손목이 슬프지 않다고 대답한다 잠들지 못하는 밤인데도 비를 셀 수 없어 미안한 밤이면 매달려 있으려는 낙과의 처지가 되듯 힘을 쓰려는 것은 심줄을 발기시키고 그것은 곧 쇠락한다 찬바람에 몸을 묶고 찾아오는 불안을 피할 수 없어서 교차로에는 사고처럼 슬픔이 고인다 창가에 대고 어제 슬픔을 다 써버렸다고 말했다 슬픔의 일부로 슬픔의 전부는 가려진다고 말해버렸다 저녁에 만난 애인들은 내 뼈가 여전히 이상한 방향으로 검어지며 건조해져간다고 했다 손목이 문제였다 귀를 막을 때도 무엇을 빌 때도 짝이 맞지 않았다 손목 군데군데 손상된 혈.. 2020. 8. 25.
진동하는 사람 - 이병률 [2020 시필사. 36일 차] 진동하는 사람 - 이병률 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는 상상을 하는 나는 불편한 사람 불난 계절을 막 진압하고도 폭발을 멈추지 않는 사람 강의 좌안과 우안에 발을 걸치고 서서 그래도 계속해서 앞으로 가야할 이유를 더듬는 사람 시간의 주름을 둘러 쓰고도 비를 맞으면 독이 생기는 나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사람 달팽이의 껍질에 불과한 사람 그림자 모두를 타이르기엔 늦은 저녁 어쩌면 간절히 어느 멀리 멀리서 살기 위해 돌고 돌다 나를 마주치더라도 나는 나여서 불편한 사람 가끔 당신으로부터 사라지려는 수작을 부리는 나는 당신 한사람으로부터 진동을 배우려는 사람 그리하여 그 자장으로 지구의 벽 하나쯤 멍들이는 사람 #진동하는사람 #이병률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 2020. 7. 21.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2020 시필사. 32일 차] 이 넉넉한 쓸쓸함 - 이병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이넉넉한쓸쓸함 #이병률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 2020. 7. 16.
이별의 원심력 - 이병률 [2019 매일 시필사 - 43일 차. 2019.11.01 18:17] 이별의 원심력 - 이병률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짓이 세상을 덮어버릴까 두려워서 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파먹다가 안쓰럽게 부스러기가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에서 당신도 압축된 거짓을 사용했습니다. 서로 오래 물들어 있었던 탓이겠지요. 우리가 마주 잡았던 손도 결국은 내가 내 손을 잡은 것입니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것,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인생의 절반이라는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려다 길을 잃습니다.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냄새를 따라 내려서 그렇습니다. 광채는 사그라들.. 202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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