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80일 차]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 이병률
1
그 땅에는 뽑아내고 뽑아내도 자꾸만
그 나무가 자란다고 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땅에
유독 그 자리에 그 나무만 자라난다고 했다
2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소릴 들었다
사랑한다면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말만 들었다
사랑한다는 감정의 판지를 덮고도 이토록 추운 것은
혓바닥으로 죽은 강물을 들이켜
한꺼번에 휘파람 불 수 없다는 증거
한 덩어리의 바람이 지나고
한 시대를 에워 가릴 것처럼 닥치는 눈발까지도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는 소리로만 들렸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말만 거셌다
돌에서 물이 흐르고
그 물이 굳어 돌이 되고
그 돌에 틈바구니 생기도록
사무치고 사무쳐도
나 또한
아무한테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자는 소리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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