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기에 방향이 확실하고 무겁기에 발자국이 깊다
황상이 처음 다산을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에게는 세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히고, 사리분별을 못합니다.” 그러자 다산은 이렇게 가르쳐줬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 번 보고 척척 외우는 사람은 그 뜻을 음미하지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 둘째, 제목만 던져 줘도 글을 짓는 사람은 똑똑할지언정 글이 가볍다. 셋째, 한 마디만 해도 금세 알아듣는 사람은, 곱씹지 않아 깊이가 없다. 당장 보기에 뛰어난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 재능만 믿어 게을러질 수 있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에 깊은 학문을 이룰 수 없고, 얼핏 보아도 알게 되므로 고민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된다. 차라리 처음에 좀 아둔해도 알고자 하는 열의, 생각에 생각을 ..
2024.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