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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673

이런 시 – 이상 [2020 시필사. 50일 차] 이런 시 – 이상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 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 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 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2020. 8. 3.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 [2020 시필사. 49일 차]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나는희망을거절한다 #정호승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8. 2.
젊은 시인에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20 시필사. 48일 차] 젊은 시인에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 속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기지라 굳게 닫힌 방이나 낯선 언어로 적힌 책처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은 그것들을 모두 살아볼 수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너는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을 것이다 #젊은시인에게 #라이너마리아릴케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8. 1.
가을 – 조병화 [2020 시필사. 47일 차]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조병화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31.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2020 시필사. 46일 차]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이제는 송곳보다 송곳에 찔린 허벅지에 대하여 말라붙은 눈꺼풀과 문드러진 입술에 대하여 정든 유곽의 맑은 아침과 식은 아랫목에 대하여 이제는, 정든 유곽에서 빠져 나올수 없는 한 발자국을 위하여 질퍽이는 눈길과 하품하는 굴뚝과 구정물에 흐르는 종소리를 위하여 더럽혀진 처녀들과 비명에 간 사내들의 썩어가는 팔과 꾸들꾸들한 눈동자를 위하여 이제는 누이들과 처제들의 꿈꾸는, 물 같은 목소리에 취하여 버려진 조개 껍질의 보라색 무늬와 길바닥에 쓰러진 까치의 암록색 꼬리에 취하여 노래하리라 정든 유곽 어느 잔칫집 어느 상갓집에도 찾아다니며 피어나고 떨어지는 것들의 낮은 신음 소리에 맞추어 녹은 것 구부러진 것 얼어 붙은 것 갈.. 2020. 7. 30.
목숨의 노래 - 문정희 [2020 시필사. 45일 차] 목숨의 노래 -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고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목숨의노래 #문정희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29.
겨울 사랑 - 문정희 [2020 시필사. 44일 차]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사랑 #문정희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28.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 이대흠 [2020 시필사. 43일 차]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 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물이 출렁거린다 그 무엇도 미워하는 법을 모르기에 당신은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는 않는다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누군가가 북천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당신은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거기 이미 출렁거리는 북천이 있다며 먼 하늘을 보듯이 당신은 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는 순간 그는 당신의 눈둥자 속에 풍덩 빠진다 북천은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당신의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걷거나 헤엄을 치다가 되돌아나온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사랑을 할 줄만 알아서 무엇이든 다 주고 자신마저 남기지 않는다 .. 2020. 7. 27.
그럴 때가 있다 – 천양희 [2020 시필사. 42일 차] 그럴 때가 있다 – 천양희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집에 앉아서 집에 가고 싶다는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내가 나를 놓칠 때가 있다 시 씁네, 하고 스스로 고립될 때가 있다 마음 놓고 사무칠 수도 없을 때가 있다 느닷없이 검은가슴물떼새가 생각날 때가 있다 자주쓴풀이 자주 떠오를 때가 있다 무엇보다 내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가지가 찢어지도록 밝은 달이 비틀거리면 우짜노, 하면서 나를 비춰 주신다 #그럴때가있다 #천양희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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