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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

유빙(流氷) - 신철규

by 박지은(MyMars) 2020. 8. 6.

[2020 시필사. 53일 차]

유빙 -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커피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꽃다발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백사장에 눈이 내린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모래알
우리는 나선을 그리며 비상한다     

공중에 펄럭이는 돛
새하얀 커튼
해변의 물거품     

시계탑에 총을 쏘고
손목시계를 구두 뒤축으로 으깨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유빙 #신철규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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