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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673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 페르난두 페소아 [2021 시필사. 94일 차]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 페르난두 페소아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산다, 내가 생각하거나 느낄 때면, 나는 모른다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 누군지. 나는 그저 느끼거나 생각하는 하나의 장소. 나에게는 하나 이상의 영혼이 있다. 나 자신보다 많은 나들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존재한다 모든 것에 무심한 채. 그들이 입 다물게 해 놓고, 말은 내가 한다. 내가 느끼거나 느끼지 않는 엇갈리는 충동들이 나라는 사람 안에서 다툰다. 나는 그들을 무시한다. 내가 아는 나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불러 주지 않지만, 나는 쓴다. #셀수없는것들이우리안에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 2021. 4. 8.
눈물의 입구 - 안현미 [2021 시필사. 93일 차] 눈물의 입구 - 안현미 여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람은 불어오고 또다른 국면에서는 미늘에 걸린 물고기들이 죽음을 향해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수동 카메라로 여자의 여름을 함께 들여다본 사람 불가능을 사랑했던 시간과 풍랑이 잦았던 마음 잠시 핑, 눈물이 반짝입니다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도 반짝입니다 모든 오해는 이해의 다른 비늘입니다 아픈 이마에선 눈물의 비린내가 납니다 생각해보면 천국이 직장이라면 그곳이 천국이겠습니까? 또다른 국면에서는 사랑도 직장처럼 변해갑니다 사, 라, 합, 니, 다 이응이 빠진 건 눈물을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 2021. 4. 8.
꽃 피는 봄엔 - 용혜원 [2021 시필사. 92일 차] 꽃 피는 봄엔 - 용혜원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신나도록 필 때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 겨우내 목말랐던 입술을 촉촉한 이슬비로 적셔 주리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온몸에 생기가 나고 눈빛마저 촉촉해지니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피어 님에게 바치라 향기를 날리는데 아! 이 봄에 사랑하는 님이 없다면 어이하리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꽃피는봄엔 #용혜원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8.
봄길 - 정호승 [2021 시필사. 91일 차]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길 #정호승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8.
삶 - 포루그 파로흐자드 [2021 시필사. 90일 차] 삶 - 포루그 파로흐자드 아, 삶이여 나는 여전히 당신이 없어도 당신으로 넘쳐 납니다 그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흙으로 빚어진 내 몸의 모든 알갱이들까지 당신으로 인해 타오릅니다 오, 열정의 시여 그것들은 투명한 하늘과도 같아 햇빛으로 반짝이는 포도주로 넘쳐 납니다 수천 송이 꽃들을 피우며 들장미 숲이 당신을 노래합니다 정원에서 부는 바람 바람에게 당신의 안부를 실어 그녀에게 전합니다 나는 당신 속에서 당신을 찾았습니다 꿈같은 꿈속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두 손 안에서 쉼없이 파헤쳤습니다 내 안은 온통 당신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합니다 나는 온통 검은 노래로 가득 찼습니다 나는 온통 하얀 노래로 가득 찼습니다 수천 개의 욕망의 불.. 2021. 3. 31.
바다와 나비 - 김기림 [2021 시필사. 89일 차]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나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바다와나비 #김기림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3. 31.
숲으로 된 성벽 - 기형도 [2021 시필사. 88일 차] 숲으로 된 성벽 - 기형도 저녁 노을이 지면 신(神)들의 상점(商店)엔 하나 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성(城)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사원(寺院)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성(城) 어느 골동품 상인(商人)이 그 숲을 찾아와 몇 개 큰 나무들을 잘라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본 것은 쓰러진 나무들뿐, 잠시 후 그는 그 공터를 떠났다 농부들은 아직도 그 평화로운 성(城)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작은 당나귀들 역시 #숲으로된성벽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 2021. 3. 31.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한강 [2021 시필사. 87일 차]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 한강 거리 한가운데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 2021. 3. 30.
내 거리의 피아노 - 페르난두 페소아 [2021 시필사. 86일 차] 내 거리의 피아노 - 페르난두 페소아 내 거리의 피아노 하나... 어린아이들이 노닌다... 일요일의 태양과 그 금빛 발하는 기쁨... 규정되지 않은 것 모두를 사랑하게 만드는 쓰라림... 인생에 가진 것도 별로 없었는데 그조차 잃고 나니 마음 아프구나. 하지만 수많은 변화 속에 삶은 이미 저만치 가는구나! 모자란 피아노 하나, 그리고 아이들이 될 수 없는 나! (1917.2.25.) #내거리의피아노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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