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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673

저녁의 미래 - 허수경 [2021 시필사. 274일 차] 저녁의 미래 - 허수경 밤에 장미가 지는 것을 보고 아름다운 편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 저녁의 미래, 지구의 밤 편지에는 시계가 없었지 별 같아서 언제나 과거에서 오는 별빛이어서 과거 없이 미래만 반복되는 지구여 그러길래 편지를 쓰던 우주의 빛이 이젠 내 과거가 되어 무한히 반복되는 저녁의 미래, 장미가 지는 공간 안에서 편지를 쓸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저 별은 우주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지만 와다오 와다오 과거인 별들이여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링거병을 주렁주렁 달고서라도 별들이여 먼 과거의 미래를 네 눈 속에 안약처럼 날 넣어다오 #저녁의미래 #허수경 #시필사 #만년필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 2021. 10. 5.
별의 길 - 정호승 [2021 시필사. 273일 차] 별의 길 - 정호승 지금까지 내가 걸어간 길은 별의 길을 따라 걸어간 길뿐이다 별의 골목길에 부는 바람에 모자를 날리고 그 모자를 주우려고 달려가다가 어둠에 걸려 몇 번 넘어졌을 뿐이다 때로는 길가에 흩어진 내 발에 맞지 않는 신발 몇 켤레 주워 신고 가다가 별의 길가에 잠시 의자가 되어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어두운 별의 길가에서 당신을 만나 잠시 당신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이별이라는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밤하늘이라는 만남의 어둠이 있어야 했을 뿐 오늘도 나는 돌아갈 수 없는 별의 길 끝에 서서 이제는 도요새가 되어 날아간 날아가다가 잠시 나를 뒤돌아본 당신의 별의 길을 걷는다 #별의길 #정호승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 2021. 9. 30.
체온 - 장승리 [2021 시필사. 272일 차] 체온 - 장승리 당신의 손을 잡는 순간 시간은 체온 같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을 놓았다 가장 잘한 일과 가장 후회되는 일은 다르지 않았다 #체온 #장승리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30.
날개 - 이상 [2021 시필사. 271일 차] 날개 -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 . .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날개 #이상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29.
새 - 이성복 [2021 시필사. 270일 차] 새 - 이성복 잠든 잎새들을 가만히 흔들어봅니다 처음 당신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날처럼 깨어난 잎새들은 다시 잠들고 싶어합니다 나도 잎새들을 따라 잠들고 싶습니다 잎새들의 잠속에서 지친 당신의 날개를 가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눈을 뜨면 깃을 치며 날아가는 당신의 모습이 보이겠지요 처음 당신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날처럼 잎새들은 몹시 떨리겠지요 #새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27.
노을 - 이성복 [2021 시필사. 269일 차] 노을 - 이성복 당신이 마냥 사랑해주시니 기쁘기만 했습니다 언제 내가 이런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당신 일만 생각했습니다 노을빛에 타오르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었습니다 해가 져도 나의 사랑은 저물지 않고 나로 하여 언덕은 불붙었습니다 바람에 불리는 풀잎 하나도 괴로움이었습니다 나의 괴로움을 밟고 오소서, 밤이 오면 내 사랑은 한갓 잠자는 나무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을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26.
병든 이후 - 이성복 [2021 시필사. 268일 차] 병든 이후 - 이성복 나는 당신이 그리 먼 데 계신 줄 알았지요 지금 내 살갗에 마른버짐 피고 열병 돋으니 당신이 가까이 계신 줄 알겠어요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당신이 조금 빨리 오셨을 뿐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요 당신 손 잡고 멀리 가고 싶지만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서시고, 한 발짝 물러서면 한발짝 다가오시는 당신, 우리 한몸 되면 나의 사랑 시들줄을 당신은 잘 아시니까요 #병든이후 #이성복 #시필사 #만년필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25.
사슬 - 이성복 [2021 시필사. 267일 차] 사슬 - 이성복 내가 당신 속으로 깊이 들어갔을 때 나는 아직 당신 바깥에 있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웃는 것 같았고 우는 것 같았고 온갖 슬픔과 기쁨이 하나로 섞인 그 소리는 나의 머리끝 발끝을 끝없이 돌아나갔습니다 그 소리에 잠겨 나도 당신도 잊혀지고 헤아릴 수 없는 윤회의 고리들이 반짝였습니다 반짝임 사이로 어둠이 오고 나도 당신도 남이었습니다 #사슬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24.
슬픔 - 이성복 [2021 시필사. 266일 차] 슬픔 - 이성복 그대가 내지 않은 길을 내가 그대에게 바랄까요 그대가 내지 않은 길을 그대가 나에게 바랄까요 그래도 내 가는 길이 그대를 향한 길이 아니라면 그대는 내 속에서 나와 함께 걷고 계신가요 나를 미워하고 그대를 사랑하거나 그대를 미워하고 나를 사랑하거나 갈래갈래 끊어진 길들은 그대의 슬픔입니다 나로 하여 그대는 시들어 갑니다 #슬픔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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