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MyMars

시필사 & 시낭독680

사막 - 이성복 [2021 시필사. 281일 차] 사막 - 이성복 세상은 온통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찼습니다 나는 자꾸 슬퍼졌습니다 당신은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아니면 어찌 세상이 슬퍼졌겠습니까 큰길로 나아가 소리 높여 통곡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의 어깨가 털 뽑힌 새처럼 파닥거렸습니다 그는 나를 보고 아들아, 사막으로 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막 달아났습니다 달아날수록 사막은 가까웠습니다 다가갈수록 사막은 당신을 닮아갔습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내가 어찌 사막을 보았겠습니까 #사막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10. 9.
울음 - 이성복 [2021 시필사. 280일 차] 울음 - 이성복 때로는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우는지 잊었습니다 내 팔은 울고 싶어합니다 내 어깨는 울고 싶어합니다 하루 종일 빠져나오지 못한 슬픔 하나 덜컥거립니다 한사코 그 슬픔을 밀어내려 애쓰지만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그 슬픔이 당신 자신이라면 나는 또 무엇을 밀어내야 할까요 내게서 당신이 떠나가는 날, 나는 처음 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울음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10. 7.
기다림 - 이성복 [2021 시필사. 279일 차] 기다림 - 이성복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봅니다 나는 팔도 다리도 없어 당신에게 가지 못하고 당신에게 드릴 말씀 전해 줄 친구도 없으니 오다가다 당신은 나를 잊으셨겠지요 당신을 보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지만 당신이 원하시면 언제라도 오셔요 당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가셔요 나는 팔도 다리도 없으니 당신을 잡을 수 없고 잡을 힘도 마음도 내겐 없답니다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보니 첩첩 가로누운 산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집니다 #기다림 #이성복 #시필사 #만년필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10. 6.
가수는 입을 다무네 - 기형도 [2021 시필사. 278일 차] 가수는 입을 다무네 -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로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려만 그.. 2021. 10. 6.
꽃나무 - 이상 [2021 시필사. 277일 차] 꽃나무 - 이상 벌판 한 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런 흉내를 내었소. #꽃나무 #이상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10. 5.
바다의 노래 - 이상화 [2021 시필사. 276일 차] 바다의 노래 - 이상화 - 나의 넋, 물결과 어우러져 동해의 마음을 가져온 노래 - 내게로 오너라 사람아 내게로 오너라 병든 어린애의 헛소리와 같은 묵은 철리哲理와 낡은 성교聖敎는 다 잊어버리고 애통을 안은 채 내게로만 오너라. 하나님을 비웃을 자유가 여기 있고 늙어지지 않는 청춘도 여기 있다 눈물 젖은 세상을 버리고 웃는 내게로 와서 아, 생명이 변동에만 있음을 깨우쳐 보아라. #바다의노래 #이상화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10. 5.
발 - 이성복 [2021 시필사. 275일 차] 이성복 - 발 이렇게 발 뻗으면 닿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늘 거기 계시니까요 한번 발 뻗어보고 다시는 안 그러리라 마음먹습니다 당신이 놀라실 테니까요 그러나 내가 발 뻗어보지 않으면 당신은 또 얼마나 서운해하실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발 뻗어보려다 그만두곤 합니다 #이성복 #발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10. 5.
저녁의 미래 - 허수경 [2021 시필사. 274일 차] 저녁의 미래 - 허수경 밤에 장미가 지는 것을 보고 아름다운 편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 저녁의 미래, 지구의 밤 편지에는 시계가 없었지 별 같아서 언제나 과거에서 오는 별빛이어서 과거 없이 미래만 반복되는 지구여 그러길래 편지를 쓰던 우주의 빛이 이젠 내 과거가 되어 무한히 반복되는 저녁의 미래, 장미가 지는 공간 안에서 편지를 쓸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저 별은 우주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지만 와다오 와다오 과거인 별들이여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링거병을 주렁주렁 달고서라도 별들이여 먼 과거의 미래를 네 눈 속에 안약처럼 날 넣어다오 #저녁의미래 #허수경 #시필사 #만년필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 2021. 10. 5.
별의 길 - 정호승 [2021 시필사. 273일 차] 별의 길 - 정호승 지금까지 내가 걸어간 길은 별의 길을 따라 걸어간 길뿐이다 별의 골목길에 부는 바람에 모자를 날리고 그 모자를 주우려고 달려가다가 어둠에 걸려 몇 번 넘어졌을 뿐이다 때로는 길가에 흩어진 내 발에 맞지 않는 신발 몇 켤레 주워 신고 가다가 별의 길가에 잠시 의자가 되어 앉아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어두운 별의 길가에서 당신을 만나 잠시 당신과 함께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이별이라는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밤하늘이라는 만남의 어둠이 있어야 했을 뿐 오늘도 나는 돌아갈 수 없는 별의 길 끝에 서서 이제는 도요새가 되어 날아간 날아가다가 잠시 나를 뒤돌아본 당신의 별의 길을 걷는다 #별의길 #정호승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 2021. 9. 3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