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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673

그대 가까이 4 - 이성복 [2021 시필사. 256일 차] 그대 가까이 4 - 이성복 그대 계신 곳을 멀리 뒤돌아가다가 겨울 나무들이 선 곳에 나도 섰습니다 그대 비밀을 안다면 나도 그대의 비밀이 될까요 눈송이 입자처럼 고운 비밀이 내게도 있었던가요 지금은 멎어버린 샘 가의 돌무더기처럼 나는 버려져 있습니다 간간이 비 뿌리거나 바람 스치면 그대 이름 되뇌어보면서 #그대가까이4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13.
절벽 - 이상 [2021 시필사. 255일 차] 절벽 - 이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 속에 나는 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 꽃이 향기롭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향기가 만개한다. 나는 잊어버리고 재차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로 나는 꽃을 깜빡 잊어버리고 들어간다. 나는 정말 눕는다. 아아. 꽃이 또 향기롭다. 보이지도 않는 꽃이 ㅡ 보이지도 않는 꽃이. #절벽 #이상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9. 12.
거울 - 이상 [2021 시필사. 254일 차] 거울 -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거울 #이상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12.
황혼의 나의 하늘에서 - 파블로 네루다 [2021 시필사. 253일 차] 황혼의 나의 하늘에서 - 파블로 네루다 황혼의 나의 하늘에서 그대는 구름이다, 빛깔도 모양도 내가 좋아하는. 그대는 나의 것, 달콤한 입술의 여인이여, 그대는 나의 것, 그대의 생명 속에는 나의 무한한 꿈이 살고 있다. 내 영혼의 등불은 그대의 발을 장미빛으로 물들이고, 나의 쓴 술은 그대의 입술에서 더없이 향기롭다. 오, 해질녘의 내 노래를 거두어들이는 여인이여, 나의 외로운 꿈은 그대로 하여금 얼마나 깊이 생각하게 했는가! 그대는 나의 것, 해질녘의 미풍 속을 절규하며 가는 그대는 나의 것, 바람은 나의 짝잃은 목소리를 질질 끌고 간다. 나의 눈 깊숙한 곳의 사냥꾼이여, 그대는 느닷없이 덮쳐 그대의 서글픈 눈길을 물처럼 넘치게 한다. 나의 사랑이여, 그대는 나의 음악.. 2021. 9. 10.
물 속의 사막 - 기형도 [2021 시필사. 252일 차] 물 속의 사막 - 기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 그 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 2021. 9. 10.
흑백 영화 - 하재연 [2021 시필사. 251일 차] 흑백 영화 - 하재연 그곳에 들어갔다 오면 너는 과거의 사람 너는 부드럽고 네 옷은 잘 여며져 있으나 내가 만지던 피부는 그 아래 없네 나는 두렵고 나는 기억을 직조하지만 너에겐 이성이 없지 먼 곳으로 너를 보내고 나는 잠 속의 잠이 들어 태양은 끝없이 돌고 너의 피부는 너무 하얘서 나는 내 얼굴을 들여다볼 수가 없네 그곳에 가지 않아도 너는 돌아오고 너는 내 안에서 나오지 않았네 #흑백영화 #하재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10.
그대 가까이 3 - 이성복 [2021 시필사. 250일 차] 그대 가까이 3 - 이성복 나무 줄기 거죽이 자꾸 갈라지고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집니다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밥 먹고 옷 입는 일 외에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 멀쩡한 나무를 두드리니 잔가지들이 놀라 어쩔 줄을 모릅니다 한 글자만 허락해주십시오 저희에게 한 글자만 허락해주십시오 진흙창에 박힌 신발을 마른 풀에 비비며 저희는 돌아갈 일을 생각합니다 #그대가까이3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7.
그대 가까이 1 - 이성복 [2021 시필사. 249일 차] 그대 가까이 1 - 이성복 바람에 시달리는 갈대 등속은 저희끼리 정강이를 부딪칩니다 분질러진 다리로 서 있는 갈대들도 있었습니다 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 정강이가 부러진 것들이 자꾸 일어서려 합니다 눈 녹은 진흙창 위로 꺾인 뿌리들이 꿈틀거립니다 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 #그대가까이1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6.
비단길 5 - 이성복 [2021 시필사. 248일 차] 비단길 5 - 이성복 비 온 뒤의 웅덩이처럼 당신은 내 기다림 뒤에 계십니다 기다림 저편에 진흙을 기는 무지렁이나, 비 온 뒤 개인 하늘을 비추는 빗물이거나...... 그 모든 사소로운 것들이 당신의 눈짓인 줄 이제 알겠습니다 #비단길5 #이성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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