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72 도시의 눈―겨울 版畵 2 - 기형도 [2021 시필사. 7일 차] 도시의 눈―겨울 판화版畵 2 - 기형도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하구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 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도시의눈 #겨울판화2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 2021. 1. 9.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 이병률 [2020 시필사. 120일 차]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 이병률 두 마리의 새를 묶어서 날린다 각각 한 마리 한 마리의 발목에 하나의 끈을 묶어서 날린다 그 두 마리 새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면 슬픔이겠다 각각의 새가 따로의 방향으로 날아가면 그래도 슬픔이겠다 이번엔 바람을 자른다 칼로 정확히 반으로 잘라내 둘이 서로 닿지 않게 한다 이제 바람이 부는 쪽은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달리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바람은 어디로도 가지 않으며 이제는 도로 붙일 수도 없다 요 며칠 이토록 미어지게 쓸쓸한 것은 묶인 새 두 마리가 앉을 곳을 찾다 내 양쪽 어깨에 앉아 있거나 비집고서라도 바람이 가닿을 곳이 없기 때문이란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다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쓸쓸한날에는바람만불어라 #.. 2021. 1. 9. 승객 - 베르톨트 브레히트 [2020 시필사. 119일 차] 승객 - 베르톨트 브레히트 수년 전에 내가 운전을 배울 때 선생님은 담배를 피우라고 명령했다. 교통이 혼잡스럽거나 급커브를 돌 때 담뱃불이 꺼지면 선생님은 나를 운전석에서 쫓아냈다. 또한 선생님은 내가 운전할 때 우스갯소리를 했다. 내가 운전에 완전히 몰두한 나머지 웃지 않으면 내게서 운전대를 빼앗았다. 선생님이 말했다. 난 불안해. 난, 승객은 운전자가 지나치게 운전에 열중하면 깜짝 놀라거든. 그 뒤로 난 일을 할 때면 거기 푹 빠져들지 않도록 애쓴다. 주변의 많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짬짬이 대화를 하려고 일을 중단한다. 담배도 피울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차를 모는 습관도 버렸다. 난 승객을 생각한다. #승객 #베르톨트브레히트 #BertoltBrecht #닙.. 2021. 1. 9. 개양귀비 - 루이스 글릭 [2020 시필사. 118일 차] 개양귀비 - 루이스 글릭 위대한 것은 생각이 아니다. 느낌이다. 그렇다, 나는 느낌을 가지고 있고, 그 느낌을 따른다. 나에게는 태양이라 불리는 하늘의 신이 있다. 그 신에게 나를 열어 내 가슴의 불을 보여 준다. 내 안의 신이 피어나는 것 같은 불을. 가슴이 아니면 이런 아름다움이 어떻게 가능한가. 당신도 한때는 나 같았는가, 오래전 인간이 되기 전에는? 한때는 자신을 활짝 열었는가? 그런 후 다시는 열지 않게 되었는가? 사실 나는 지금 당신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어서 말하는 것이니, 바닥에 꽃잎마다 붉게 흩어지고 있으니. The Red Poppy - Louise Glück The great thing is not having a mind. Feelings: oh, I.. 2021. 1. 9. 너는 내 운명 - 이문재 [2020 시필사. 117일 차] 너는 내 운명 - 이문재 예술가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가 없어서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식인이란 인류를 사랑하느라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인이란 우주 전체를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없앤 사람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풀 한 포기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너는내 운명 #이문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9. 눈풀꽃 - 루이스 글릭 [2020 시필사. 116일 차] 눈풀꽃 - 루이스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Snowdrops - Louise Gluck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 2021. 1. 9. 아침이 밝아온다 - 페르난두 페소아 [2020 시필사. 115일 차] "아침이 밝아온다" - 페르난두 페소아 아침이 밝아 온다. 아니, 아침은 밝아 오지 않는다. 아침은 추상적인 것, 상태이지, 어떤 것이 아니다. 우리는 태양을 보기 시작한다, 지금 여기 이 시간에. 아침 태양이 나무에 비치는 것이 아름답다면, 아침을 "태양을 보기 시작함"이라 부르는 것도 아침이라 부르는 것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래서 사물에 틀린 이름을 붙이는 것에는 장점이 없다,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도. (1917년 5월 21일) #아침이밝아온다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시는내가홀로있는방식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9. 세상의 나머지 - 이병률 [2020 시필사. 114일 차] 세상의 나머지 - 이병률 왔구나 눈에 담기는 것은 뇌의 물살을 받고 마음의 파장을 받고 죄의 높낮이에 따라서도 좌우되겠지만 마음으로 오지 않고 눈(雪)으로 왔다, 너는 우박 퍼붓기 직전 격렬한 대기의 파동처럼 만났구나 그렇게 너와 한 세기는 와서 몸살이 되고 물기둥이었다가 한곳으로 쓸려가지 않으면 안 되는 끝이 되고 마는구나 한 세기의 폐 사진을 보았다 폐를 중심으로 많은 관(管)들이 뻗어 있는 너의 중심은 마른 나무의 가슴 같았다 관이 문제였다 관을 따라서 관 속의 녹슨 것들하고만 내통하여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이 생에서는 수고하며 먼지나 주워 먹고 가리라 거만히 본전이나 보태다가 안 보일 때까지 사라지리라 모든 죽음은 이 생의 외로움과 결부돼 있고 그 죽음의 사실조.. 2021. 1. 9.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 [2020 시필사. 113일 차]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엉덩이 밑으로 두 손 넣고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되작거리다보면 손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울고들어온너에게 #김용택 #시필사 #닙펜 #딥펜 #깃털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9. 이전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 18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