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20일 차]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 이병률
두 마리의 새를 묶어서 날린다
각각 한 마리 한 마리의 발목에 하나의 끈을 묶어서 날린다
그 두 마리 새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면 슬픔이겠다
각각의 새가 따로의 방향으로 날아가면 그래도 슬픔이겠다
이번엔 바람을 자른다
칼로 정확히 반으로 잘라내 둘이 서로 닿지 않게 한다
이제 바람이 부는 쪽은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달리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바람은 어디로도 가지 않으며 이제는 도로 붙일 수도 없다
요 며칠 이토록 미어지게 쓸쓸한 것은
묶인 새 두 마리가 앉을 곳을 찾다 내 양쪽 어깨에 앉아 있거나
비집고서라도 바람이 가닿을 곳이 없기 때문이란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다
쓸쓸한 날에는 바람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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