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22일 차]
흰 백합 - 루이스 글릭
남자와 여자가 둘 사이에
별들의 침대 같은
정원을 만들며, 이곳에서
긴 여름 저녁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두려움이 밀려와
저녁이 차가워진다.
이 모든 것이 끝나 버릴 수 있고
다 부서질 수 있기에. 모든 것,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에.
향기로운 공기에 감싸여
부질없이 올라오는
좁다란 꽃대들도, 그 너머
바다처럼 소용돌이치는 양귀비꽃들도.
쉿, 사랑하는 이여, 얼마나 많은 여름을 내가
살아서 돌아왔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이 한 번의 여름만으로 우리는 영원에 들어섰으니까.
나는 당신의 두 손을 느낀다.
그 장엄함이 꽃피어 나도록 나를 묻는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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