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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펜114

절반의 생 - 칼릴 지브란 [2020 시필사. 52일 차] 절반의 생 - 칼릴 지브란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과 벗하지 말라 절반의 재능만 담긴 작품에 탐닉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절반의 해답을 선택하지 말고 절반의 진리에 머물지 말라 절반의 꿈을 꾸지 말고 절반의 희망에 환상을 갖지 말라 침묵을 선택했다면 온전히 침묵하고 말을 할 때는 온전히 말하라 말해야만 할 때 침묵하지 말고 침묵해야만 할 때 말하지 말라 받아들인다면 솔직하게 받아들이라 가장하지 말라. 거절한다면 분명히 하라 절반의 거절은 나약한 받아들임일 뿐이므로 절반의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고 그대가 하지 않은 말이고, 그대가 뒤로 미룬 미소이며 그대가 느끼지 않은 사랑이고 그대가 알지 못한 우정이.. 2020. 8. 5.
바다 - 백석 [2020 시필사. 51일 차] 바다 - 백석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섦기만 하구려 #바다 #백석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8. 4.
이런 시 – 이상 [2020 시필사. 50일 차] 이런 시 – 이상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 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 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 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2020. 8. 3.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 [2020 시필사. 49일 차]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나는희망을거절한다 #정호승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8. 2.
젊은 시인에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20 시필사. 48일 차] 젊은 시인에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음 속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기지라 굳게 닫힌 방이나 낯선 언어로 적힌 책처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은 그것들을 모두 살아볼 수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너는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을 것이다 #젊은시인에게 #라이너마리아릴케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8. 1.
가을 – 조병화 [2020 시필사. 47일 차]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조병화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31.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2020 시필사. 46일 차]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이제는 송곳보다 송곳에 찔린 허벅지에 대하여 말라붙은 눈꺼풀과 문드러진 입술에 대하여 정든 유곽의 맑은 아침과 식은 아랫목에 대하여 이제는, 정든 유곽에서 빠져 나올수 없는 한 발자국을 위하여 질퍽이는 눈길과 하품하는 굴뚝과 구정물에 흐르는 종소리를 위하여 더럽혀진 처녀들과 비명에 간 사내들의 썩어가는 팔과 꾸들꾸들한 눈동자를 위하여 이제는 누이들과 처제들의 꿈꾸는, 물 같은 목소리에 취하여 버려진 조개 껍질의 보라색 무늬와 길바닥에 쓰러진 까치의 암록색 꼬리에 취하여 노래하리라 정든 유곽 어느 잔칫집 어느 상갓집에도 찾아다니며 피어나고 떨어지는 것들의 낮은 신음 소리에 맞추어 녹은 것 구부러진 것 얼어 붙은 것 갈.. 2020. 7. 30.
목숨의 노래 - 문정희 [2020 시필사. 45일 차] 목숨의 노래 -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고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목숨의노래 #문정희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29.
겨울 사랑 - 문정희 [2020 시필사. 44일 차]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사랑 #문정희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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