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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by 박지은(MyMars) 2020. 7. 30.

[2020 시필사. 46일 차]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성복    

 

이제는 송곳보다 송곳에 찔린 허벅지에 대하여 

말라붙은 눈꺼풀과 문드러진 입술에 대하여 

정든 유곽의 맑은 아침과 식은 아랫목에 대하여 

이제는, 정든 유곽에서 빠져 나올수 없는 한 발자국을

위하여 질퍽이는 눈길과 하품하는 굴뚝과 구정물에 흐르는

종소리를 위하여 더럽혀진 처녀들과 비명에 간 사내들의

썩어가는 팔과 꾸들꾸들한 눈동자를 위하여 이제는

누이들과 처제들의 꿈꾸는, 물 같은 목소리에 취하여

버려진 조개 껍질의 보라색 무늬와 길바닥에 쓰러진

까치의 암록색 꼬리에 취하여 노래하리라 정든 유곽

어느 잔칫집 어느 상갓집에도 찾아다니며 피어나고

떨어지는 것들의 낮은 신음 소리에 맞추어 녹은 것

구부러진 것 얼어 붙은 것 갈라터진 것 나가 떨어진 것들

옆에서 한 번, 한 번만 보고 싶음과 만지고 싶음과 살 부

비고 싶음에

관하여 한 번, 한 번만 부여안고 휘이 돌고 싶음에 관하여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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