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민희진 기사를 보고, 한참 전에 인상 깊게 보았던 인터뷰가 생각났다.
다르지만 비슷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가짜일 수도 있겠지만 거짓 같지는 않다.
케이팝엔 큰 관심이 없는데 뉴진스는 좋아한다.
음악도 너무 좋고, 아주아주 오랜만에 춤추고 싶다는 기분을 들게 해 주었다.
아무쪼록 뉴진스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소망.
- 지난 인터뷰와 작업을 살펴보면 희진 님이 고수하는 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정반합’이라든지, 서로 상반되는 것을 함께 다루려고 노력한다든지, ‘숨겨진 진짜’를 추구한다든지, 본질과 진정성에 충실하다든지 등등요. 창작할 때 어떤 것을 마음에 담고 잊지 않으려고 하시나요?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긴 해요. 설사 당면한 현실에서 외면받는다고 해도 본질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찌 보면 ‘노력’ 그 자체가 에너지인 것 같기도 해요.
- ‘민희진 만물설’인가요? (웃음) 그런 소문을 접하면 무척 힘들겠어요.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된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디렉터로서 각종 고단함이 있었어요. 일관적이지 않은 잣대도 경험해봤고요. 혹평일 땐 무조건적인 개인 탓을 하다가도 호평이면 ‘혼자 했겠어?’ 한다든지. 그래도 이런 일들은 디렉터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여왔어요. 총괄 책임자는 찬사도 비평도 대표로 받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은 정신을 피폐하게 해요. 제가 겪는 사회와 세상일 대부분이 씨실과 날실처럼 복잡한 과정과 이유로 엮여 있어요. 단번에 한마디로 요약이 어렵고, 누군가를 단순히 단죄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복잡미묘한 레이어를 단숨에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꼭 저의 일 때문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잘 모르는 일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 희진 님은 매일 치열한 하루를 보내실 것 같아요. 창의적인 일에 대한 생산성이 절대적인 면, 상대적인 면 모두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놀라운 생산력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그리고 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견해 또한 묻고 싶습니다.
업무의 효율은 스스로의 목표 의식 수준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억지로 심어줄 수 없는 개념이죠. 타고난 재능이 각자 다르듯, 효율의 방식을 공식화할 순 없어요. 공식화한 대표적인 예가 주입식 교육이죠. 모두 그 폐단을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어요. 자발적 깨달음 없이 남이 주입하는 효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해요.
- K팝의 스테레오타입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죠. 희진 님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시나요?
예를 들어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은 전형성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해요. 즉 ‘새로움이라는 가면을 쓴 관성’은 오히려 새로움이라는 개념에 잘못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분별해내야 해요. 결국, 새롭다(낯설다) 라는 개념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갈구하는 이유, 궁극적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죠. 의외로 각자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말로만 새로운 것을 찾을 때, 대환장 파티가 열리죠. 각자의 눈높이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새로운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뻔한 것일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를 새롭게 만족시키는 건 어찌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신기(神技) 같아요. 그럼에도 본질을 상기하며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는 것에 대한 피곤함을 감수하는 것이 제가 하는 노력 같고요. 레이블 대표가 되고 일이 어마어마하게 늘었어요. 중압감이 엄청나 가끔은 해내야 할 일들을 떠올리다 압박감에 잠을 설치기도 해요. 제가 모든 상황을 가늠하고 계산한다고 해도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불확실성에 대한 여지를 인정하고 오히려 기대한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겠네요.
- 크리에이티브 산업에서 밸런스와 텐션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의적인 사람은 현실 감각과 몽상가적 기질을 동시에 가져야 하죠. 크리에이터 민희진과 CEO 민희진은 밸런스와 텐션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조절하나요?
크리에이터로 존재하고 싶어 CEO가 되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기 굉장히 다른 역할입니다만, 또 엄청나게 연결되어 있어요. 자본으로 치환할 수 없는 상업 창작물은 생명력이 떨어져요. 마찬가지로 창작물과 이질적인 사업은 대성하기 어렵다는 선례를 무수히 봐왔고요.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상업물에서 창작과 자본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는 순간, 모든 일이 꼬이더라고요.
- 방향성이 있으시다니 멤버들이 궁금해져요.
우리 멤버들은 남이 채근하지 않아도 이미 굉장히 열심히 노력 중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걱정이 많죠. 애초 우리가 하는 일은 엔터테인먼트(오락)를 목적으로 하는 일이에요. 기록을 경신하거나 등수를 매기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일이 아니죠. 제가 진정 바라는 건 서로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상황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즐겁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최선을 다하는 자세도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거든요. 즐거운 마음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비롯되고,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런 노력의 에너지는 분명 다르게 발산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저희 팀의 지향점을 ‘숙련’보다는 ‘즐기는’에 두고 있어요.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에너지는 엄청나게 강력해서 보는 사람까지도 춤추게 해요.
https://magazine.beattitude.kr/special-interview/artistproject-minheejin-part1/
민희진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 BE(ATTITUDE)
Special Interview 민희진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Editor: 전종현, 김재훈, 박산하, 진채민 , Contributing Editor: 차우진 Contributing Editor: 차우진 , Photographer: 송시영 Artist Project 아티스트와 나눈 깊은 대화
magazine.beattitu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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