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243일 차]
여름의 달력 - 하재연
초록색 사과를 깨물던 내가 있고
사과를 네 쪽으로 갈라서 깎기를 좋아하던 당신이 있고
나는 구름이 변하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구름의 발목이 사라지는 광경을 바라본다.
발목이 발목을 데리고 가는 순간에,
당신의 전화가 울린다.
여름의 구름은 대기의 규칙을 따른다.
오른발을 먼저 내미는지 왼발을 먼저 내미는지
하얀 선 앞에 서보고 싶었는데,
멀리서 시작된 누군가의 달리기.
당신의 자동응답기는
여름의 목소리만 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달력은
월요일부터 시작한다.
구름과 초록은 대기로 스며들고
사라지고
내 여름의 달력은
일요일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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