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244일 차]
뜻 밖의 만남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의 호랑이들은 우유를 마신다.
우리의 매들은 걸어 다닌다.
우리의 상어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우리의 늑대들은 훤히 열려진 철책 앞에서 하품을 한다.
우리의 독뱀은 번개를 맞아 전율하고,
원숭이는 영감 떄문에, 공작새는 깃털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떤다.
박쥐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멀리 날아가버린 건 또 얼마나 오래전의 일이던가.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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