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73 초혼 - 김행숙 [2021 시필사. 72일 차] 초혼 - 김행숙 위와 아래를 모르고 메아리처럼 비밀을 모르고 새처럼 현기증을 모르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강물에 던졌다 나는 너를 공중에 뿌렸다 앞에는 비, 곧 눈으로 바뀔 거야 뒤에는 눈, 곧 비로 바뀔 거야 앞과 뒤를 모르고 햇빛과 달빛을 모르고 내게로 오는 길을 모르는, 아무 데서나 오고 있는 너를 사랑해 #초혼 #김행숙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3. 15. 꾀병 - 박준 [2021 시필사. 71일 차] 꾀병 - 박준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럽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꾀병 #박준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2021. 3. 15. 돌아온, 백일에 만원으로 통기타 배우기 2020년 플백 인기 프로젝트 가 돌아왔습니다! 백일 동안, 왕초보반은 통기타 쌩기초부터 4개의 마스터 곡(~P.100)까지, 중급반은 마스터 곡부터 합주용 이중주곡까지 배우게 됩니다. (기타를 처음 배우는 왕초보분들이나,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은 분들은 왕초보반으로, 지난 프로젝트를 끝까지 함께 하셨던 분이거나, 기초적인 코드와 리듬을 아는 분들은 중급반으로 신청해주세요.) 언택트 시대에 맞게 온라인으로 집에서, 매일 조금씩 연습하며 실력을 쌓고, 서로 독려하고 실천해가면서 활력이 넘치는 새 봄을 맞이해요~ * 왕초보반 바로가기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1615 카카오프로젝트100 당신의 습관이 되다, 카카오프로젝트100 project100.kakao.com.. 2021. 3. 13. 여름날은 간다 - 한강 [2021 시필사. 70일 차] 여름날은 간다 - 한강 검은 옷의 친구를 일별하고 발인 전에 돌아오는 아침 차장 밖으로 늦여름의 나무들 햇빛 속에 서 있었다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 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 그랬지 우린 너무 짧게 만났지 우우우 몸을 떨어 올었다 해도 틈이 없었지 새어들 숨구멍 없었지 소리 죽여 두 손 내밀었다 해도 그 손 향해 문득 놀라 돌아 봤다 해도 #여름날은간다 #한강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시필사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3. 12. 호수 - 이형기 [2021 시필사. 69일 차]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호수 #이형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3. 10. 그래서 - 김소연 [2021 시필사. 68일 차] 그래서 -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삐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 2021. 3. 10. 너에게 - 정호승 [2021 시필사. 67일 차]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너에게 #정호승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3. 10.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2021 시필사. 66일 차]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 함민복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바로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이 있어 세상은 윤활히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초승달로 눈물을 끊어보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잡아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나를 낳아주고 있으니 #눈물을자르는눈꺼풀처럼 #함민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3. 10. 일찍 자는 건 너무 어려워 오늘은 마음이 좀 아프네. 좀-이란 단어는 비교급이니까 의미를 두진 마.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자꾸 보게 되니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고, 참담한 심정이 들어. 이제 겨우 일주일인가. 세상에. 네가 있던 자리가 까마득히 멀리 있는데, 시간이란... 매일을 다르게 사는 나는, 매일이 다른만큼 다채로운 삶을 사는 것일까? 오늘은 오랜만에 울고 싶어 지는 밤이다. 아니 그러니까 일주일만인가. 울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울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해봤자 언제나 울고, 또 울지. 그러나 오늘은 울지 않고 잠들 거야. 일찍 자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또 새벽이네. 노래를 너무 못해서 패배감이 드나 봐. 다 내가 노래를 못해서야. 그런 거야. 오늘은 자꾸 화가 나네. 내일부턴 진짜 금주해야겠다. 2021. 3. 9. 이전 1 ··· 113 114 115 116 117 118 119 ··· 18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