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의 엔딩송으로 헤이 조가 나왔다. 은영이가 지미 헨드릭스 곡 쳐달라고 했었는데 뭐였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추모곡 녹음해야지 생각만 하고 급한 것들 해결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 벌써 모레가 49제란다.
오늘 오후쯤 은영이 유품을 정리하러 간 친구들 연락이 왔다.
음악에 관계된 것이나 내가 가져도 되는 책이 있으면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얘기하다보니 집에 은영이한테 빌린 소설책들이 있는게 갑자기 생각났다.
다 보고 그냥 가져도 된다고 했는데, 내가 꼭 반납하고 또 다른 책들 빌려가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몇년째 다 보지도 못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은영이가 줬던 레너드 코헨 악보집도 생각나서 꺼내보았다.
자긴 필요없는 것 같다면서 줬는데, 고맙다고 하고 책장에 잘 모셔놓고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다.
이제서야 안을 펴보니 책 모퉁이가 접혀 있는 곡들이 있었다.
나중에 꼭 쳐봐야겠다 생각하고 밖에 꺼내 놓았다.
좀 아까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을 봤는데 엔딩 송으로 할렐루야가 나왔다.
레너드 코헨 버젼을 비롯해 여러 버젼을 들으며 작업실로 왔다.
자려고 누웠다가 백년 만에 음표가 없는 책들을 펼쳤다.
레너드 코헨 노래를 틀었다.
이미 맥주를 먹었으므로 위스키잔엔 얼음을 가득 채웠다.
기형도의 친구가 쓴 기형도에 대한 소설이라...
오늘은 먼저 간 친구들을 기리며 살아남아 있는 자로서 작은 사치를 한껏 부려보았다.
좋은 음악, 술, 맛있는 음식, 책과 영화, 오월의 푸른 하늘부터 푹신한 침대까지...
짧은 문장들을 쓰고 긴 생각을 한다.
때론 글보다 음악이 더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