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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0 매일 시필사

어떤 봉인 - 정한아

by 박지은(MyMars) 2021. 1. 14.

[2020 시필사. 143일 차]

어떤 봉인 - 정한아

 

그때 너는 눈꺼풀을 닫았지

그러자 세계 전체가 일순 물러났다 

 

드러나지 않기 위해 너는

하루 섭취 열량의 대부분을 존재하는 데에 쓰고 있구나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줄곧 상처 입고 있어서

그 모든 빛과 바람을 복기하거나

묽고 진한 그림자의 엄습을 잊으려 하지만 

 

망각은 언제나 무엇에 대한 망각

충분히 안전한 기분에 도달할 때까지

꼼짝 않고 선 채 눈을 감고 도망 중 

 

도망은 언제나 무엇으로부터의 도망

너는 꿈속에서도 계속 도망하고 있지 않을 수 없었지 

 

미모사. 건드려진 속눈썹처럼 바람만 불어도 곧 울 것 같은

미모사. 가장 다정한 햇살의 가벼운 입맞춤에도 혼절하는

미모사. 봉인의 속도가 존재를 대체해버린

미모사. 모든 감각이 통각인

미모사. 말할 수 없는 고통은 말하지 않을 

 

https://thepin.ch/knowledge/m39bz/jha-interview-1

 

시인 정한아: 미모사에게 보내는 사랑의 말들(상)

실패하고 또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

thep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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