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검은잎2 밤 눈 - 기형도 [2020 시필사. 6일 차] 밤 눈 -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밤눈 #기형도 #입속의검은잎 #시필사 #펜글씨 #.. 2020. 6. 20. [낯선크로스 30일 프로젝트] 시필사 D-1 : 준비 며칠 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원고는?" (물론 이렇게 짧은 말은 아니었고) 워낙에 한량이 체질이라 뭐라도 장치를 안 해놓으면 놀기 바빠서 일부러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데드라인을 만들곤 한다. 일 년에 한 권씩은 꼭 책을 내리라 다짐했던 것이 몇 년 전 음반사를 만들며 소홀해졌다. 아직 꼬꼬마 제작자이고 여전히 어려움도 많아 배우며 해나가는 단계이지만 무척 재밌어서!(엄청엄청) 요즘엔 제작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출간 기획했던 것들이 많은데 이러다가 영영 원고와는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름이 되기 전, 출판사에 찾아갔었다. 담당자분들께 기획안을 드리며 여름방학 안에 원고 다 써서 드리겠다고 큰 소리 뻥뻥 쳤는데...... 그 이후 바로 옴니버스 앨범 제작 제안이 들.. 2018. 11. 1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