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 시낭독673 바람과 발자국 - 오규원 [2019 매일 시필사 - 27일 차. 2019.10.16 22:25] 바람과 발자국 - 오규원 눈이 자기 몸에 있는 발자국의 깊이를 챙겨간다 미처 챙겨가지 못한 깊이를 바람이 땅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바람과발자국 #오규원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연필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10. 새벽에 생각하다 - 천양희 [2020 시필사. 25일 차] 새벽에 생각하다 - 천양희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노트르담의 성당 종탑에 새겨진 ‘운명’이라는 희랍어를 보고「노트르담의 꼽추」를 썼다는 빅토르 위고가 생각나고 연인에게 달려가며 빨리 가고 싶어 30분마다 마부에게 팁을 주었다는 발자크도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인간의 소리를 가장 닮았다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생각나고 너무 외로워서 자신의 얼굴 그리는 일밖에 할 일이 없었다는 고흐의 자화상이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어둠을 말하는 자만이 진실을 말한다던 파울 첼란이 생각나고 좌우명이 진리는 구체적이라던 브레히트도 생각난다 새벽에 홀로 깨어 있으면 소리 한 점 없는 침묵도 잡다한 소음도 훌륭한 음악이라고 한 존 케이지가 생각나고 소유를 자유로 바꾼 디오게.. 2020. 7. 10.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2019 매일 시필사 - 26일 차. 2019.10.15 19:46]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일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동그란길로가다 #박노해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10. 배를 매며 - 장석남 [2020 시필사. 24일 차] 배를 매며 -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배를매며 #장석남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8.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19 매일 시필사 - 25일 차. 2019.10.14 22:48]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2020. 7. 8. 점(點) - 파블로 네루다 [2020 시필사. 23일 차] 점(點) - 파블로 네루다 슬픔보다 더 넓은 공간은 없고 피 흘리는 슬픔에 견줄만한 우주는 없다 #점 #파블로네루다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7. 시라는 덫 - 천양희 [2019 매일 시필사 - 24일 차. 2019.10.13 00:21] 시라는 덫 - 천양희 쓸쓸한 영혼이나 편들까 하고 슬슬 쓰기 시작한 그날부터 왜 쓰는지를 안다는 말 생각할 때마다 세상은 아무나 잘 쓸 수 없는 원고지 같아 쓰고 지우고 다시 쓴다 쓴다는 건 사는 것의 지독한 반복 학습이지 치열하게 산 자는 잘 씌어진 한 페이지를 갖고 있지 말도 마라 누가 벌받으러 덫으로 들어가겠나 그곳에서 나왔겠나 지금 네 가망(可望)은 죽었다 깨어나도 넌 시밖에 몰라 그 한마디 듣는 것 이제야 알겠지 나의 고독이 왜 아무 거리낌 없이 너의 고독을 알아보는지 왜 몸이 영혼의 맨 처음 학생인지 #시라는덫 #천양희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7.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너 쿤체 [2020 시필사. 22일 차]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너 쿤체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녹슨빛깔이파리의알펜로제 #라이너쿤체 #눈속장미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6.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2019 매일 시필사 - 23일 차. 2019.10.13 00:18]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색이 아니란 걸 알고난 뒤 내 음색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 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 얼마나 첩첩인지 모든 그림자인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생각이달라졌다 #천양희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6. 이전 1 ··· 65 66 67 68 69 70 71 ··· 7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