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39일 차]
군청群靑 - 장이지
집 앞에 세워둔 네 차가 견인되었을 때
미안하면서도 좋았다.
견인차량보관소가 있는 마장동까지 갔다가
네 차로 되돌아오던 한나절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청계천이 아직 콘크리트로 덮여 있을 때
고가도로 밑을 지나며
이대로 교외로 나가자고 너는 말했다.
나도 조금 더 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무른 눈길을 나란히 걸으며
책임진다는 말의 온기에 기댄 날이 있었다.
저녁 공기의 군청색群靑色 실에 별 무늬를 넣어 뜬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너를 잡아두려고
네 휑한 목에 머플러도 둘러주었다.
동갑이라고 나이도 속여가면서
욕심을 부렸다.
청계천 물소리는
군청이라는 너의 색에는 이르지 못하고
서울 하늘 아래의 어느 옥상쯤에 가 투명하게 운다.
이래서는 제대로 살 수 없다고.
숨을 쉴 수 없다고.
#군청 #장이지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반응형
'시필사 & 시낭독 > 2021 시필사 : 1일 1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강 기슭에서 - 고정희 (1) | 2021.02.11 |
---|---|
달같이 - 윤동주 (0) | 2021.02.11 |
내가 알고 있는 것 - 잘랄루딘 루미 (0) | 2021.02.11 |
호두에게 - 안희연 (0) | 2021.02.10 |
몇 개의 이야기 6 - 한강 (0) | 202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