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63일 차]
셜록 홈즈 중고 가게 - 이성미
셜록 홈즈는 의기소침하게 노년을 보냈지.
기술을 살려 예술을 해볼까, 어느 날 여생에 대해 생각하다가.
셜록 홈즈 중고 가게를 열었어.
처음 한 작업은
탈모로 고생하는 개에게 고양이의 털을 이식하기.
홈즈는 고객에게 단서를 달았대.
개는 더듬더듬 걷게 될 것입니다.
내일 할 일은 햇볕을 쬔 모래알을 밤하늘에 뿌려 놓기.
손끝으로 별을 보게 하고 싶어요. 고객은 딸을 위해서라고 울먹거렸대.
내일 밤은 까끌까끌 깊어갈 것입니다.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적었지.
똑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홈즈는 고양이처럼 골목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찾아다니지.
말레비치 가족이 버린 정사각형.
몬드리안 가족이 버린 직사각형.
각이 안 맞아 버린 것에서 더 나은 도형이 나오는 법.
늦은 밤에 가난한 예술가 루팡이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지. 작품에 서명을 할까, 말까.
홈즈는 중얼거렸어.
공동 저수지에서 콩나물은 자라고.
지하수에 파이프를 대고 각자 수도꼭지를 틀지.
홈즈는 마을회관에 모인 노인들에게 물어본대.
루팡이 좋아, 홈즈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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