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07일 차]
마당이 있는 집 - 백무산
마당이 있는 집에 들어서면서
저녁이 왔네,라고 나는 말했다
다른 때 같으면
다른 곳 같으면
해가 저물었구나,라고 말했을 것이다
저녁은 쓰러지는 한때가 아니라
서서히 물들어 저녁이 태어나고
저녁이 어둠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낙화는 거두어들임의 한때가 아니라
낙화라는 특이의 피어남이 있는 것을 보았다
많은 것을 내려놓아 환해지는 한때를 놓아둘 곳이
마당 같은 곳일까
문밖이 곧장 길이래서야
마음 밖이 곧장 타인이래서야
가난이 절벽이 되어서야
어스름이 담길 곳이 없네
마음 밖에 가난한 마당 하나 있어야겠다
그곳에서 어스름이 완성되면 어둠으로만 가야 하는 건 아니지
봄꽃들 지고 여름을 맞이하듯이
한낮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어스름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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