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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예술가의 길/2018 매일 글쓰기 (30일 프로젝트)

3. 화, 뜨거움, 불꽃

by 박지은(MyMars) 2018. 11. 16.

30일 동안 소설 쓰기 1-3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노크는 왼쪽 귀에 이어폰을 꼽고 턱을 괴는 척하며 손바닥을 펴서 귀를 가렸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Caught in a landslide - No escape from reality
Open your eyes -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I'm just a poor boy......


하도 많이 들어서 다 외워버린 가사를 공책에 끄적이며, 

수학 시간에는 특히 느리게 가는 것 같은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지겹다. 언제쯤 이 곳을 탈출할 수 있을까?'


반복. 반복.

수학 시간이 지나면 영어 시간 그리고 또......


어느새 해가 지고 야자가 시작되었다.

노크는 책상 위에 교과서와 공책을 펼쳐 놓고, 운동화를 갈아신었다.


"야, 또 튀냐?"


a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노크를 쳐다보았다.


"샘이 물어보면 화장실 갔다고 적당히 둘러대 줘."


노크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서둘러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어두컴컴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곧장 강당으로 향했다.

익숙한 발걸음으로 지하 보일러실로 들어갔다.

행사가 없을 때 강당은 문이 잠겨 있지만, 

'출입금지'가 커다랗게 쓰여있는 보일러실은 항상 오른쪽 문이 살짝 열려있다.

삐걱거리는 큰 철문을 힘껏 열면 관리 아저씨들이 다니는 미로 같은 길들이 펼쳐진다.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거리며 사다리를 몇 번 오르내리고 코너를 몇 번 돌면, 

1층 무대 옆 대기실로 곧장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들어가지 말라면 꼭 들어가 보는 성격인 자타공인 반항아 노크는, 

어느 날 우연히 보일러실로 들어갔다가 이 엄청난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펑.


무대 위의 조명을 켰다.

그랜드 피아노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짝였다.

노크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두 손을 가만히 건반 위에 올려놓았다.

눈을 감고 손끝에 느껴지는 매끈하고 차가운 건반에게 인사를 건넸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피아노를 치는 순간에는 걱정, 불안, 우울, 화, 두려움 모두 사라진다.

보통 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웅크리고 있던 가슴속의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저 아래 어디에선가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와 온 몸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노크의 손가락이 좌우로 움직이며 숱한 음들을 쏟아낸다.

텅 빈 강당이 그가 뱉어내는 음들로 터져버릴 것만 같다.


쾅.


노크는 마지막 화음을 치고 한참 동안 손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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